[신간 리뷰] '나쁜 아이로 키우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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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6면

덮어둔다고 능사일까? 밝힐 것은 밝히자.

벌써 2년전 의젓한 10대 김현진 양이 펴낸 책 『네멋대로 해라』(한겨레)에 담긴 발언대로 '학교는 이제 난파선' 인지도 모른다.

교실붕괴의 현실, 그리고 답답한 집안 어른들과 벽을 쌓은 채 사는, 이미 훌쩍 웃자란 10대들에게 어른들은 어떻게 접근해야 할까?

이 사안에 실마리를 쥐어주는 책이 『나쁜 아이로 키우자』다.

책 제목으로 보면 주로 어른과 부모들을 위한 책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땅 10대들이 보면서 '부모의 주문대로 커가는 시늉을 해왔던' 자신을 돌아보기에도 큰 문제가 없어 보인다. 그런 점에서 중.고생들이 교사들과 함께 읽고 토론을 하기에도 좋겠다.

이 책의 키워드는 역시 '나쁜 아이' .물론 그 말이 불량소년.비행 청소년을 뜻하진 않는다. 외려 '부모나 교사의 시선을 의식해 모범생을 연기하는 착한 아이' 보다 건강한 '자연스런 아이' 를 뜻한다. 반어법(反語法)인 셈이다.

"착한 아이는 참을성은 많지만, 그 참을성은 불안함을 감추고 있는 모습이기도 하다. 착한 아이는 지배와 복종에 익숙하기 때문에 자신의 마음을 타인에게 전달하지 않는다. 그런 의미에서 '착한 아이 강박증에 걸린 아이' 다. 반면 '자연스런 아이' '나쁜 아이' 는 부모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오히려 부모를 좋아한다. 수동적인 착한 아이와 달리 적극적으로 행동한다. "

저자는 일본에서 매우 높게 평가받는 교육심리학자. 동경대 졸업 뒤 현재 와세다대 교수와 하버드대 연구원으로 있다.

그의 '나쁜 아이' 론은 일본사회를 염두에 둔 저술이라서 우리 사회에 대입하기에 다소 무리가 있다.

참는데 익숙하지만, 때론 비정상의 형태로 터져나오는 일본인과 또 다른 측면이 한국인들에게는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자녀들에 대한 과잉보호는 한.일 사이의 구분이 없다. 대화단절과 교육붕괴 역시 너무도 닮은꼴이다.

저자는 '가면을 쓰고 자란' 착한 아이란 잘 성장한다 해도 어른이 된 이후 문제를 일으키기 쉽다고 지적한다. 성실해보이는 젊은이가 흉악범으로 돌변하기도 하고, 착실했던 샐러리맨이 우울증으로 고생을 한다는 것이다.

그 이유는 착한 아이에게는 진정한 자기는 없고, 자기만의 생각이나 목표가 없기 때문이다.

다소 비약이 없지 않고, 일본 저작 특유의 다소 지루한 서술이 걸리긴 하지만 이 책의 메시지는 개방시대에 훌륭할 듯 싶다.

자녀를 자연스럽게 방목(放牧)하며 키우자는 것이다. 또 10대들에게 들려주는 메시지는 제도권 교육이나, 가정교육이라는 이름의 통조림에 갇히지 말고 자신의 의사표현이 분명하는 탄력있는 젊은이로 성장하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 책은 미래의 10대를 위한 축복의 메시지로 주목된다.

조우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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