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화재배 세계바둑오픈] 나카무라 신야-송태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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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6면

다 이겨놓고 돌 던진 白

총 보 (1~151)=흑이 던질 자리에서 거꾸로 백이 던졌으니 이 바둑은 필시 바둑연감의 진기명기란에 실리게 될 것이다.

초읽기에 몰린 나카무라8단은 날카롭기 그지없는 151을 보자마자 '묘수' 라고 느꼈다.

단 1분 동안에 대응방안을 찾아야 하는데 상대가 기막힌 수를 두었다고 생각하자 수가 보이지 않았다.

가만히 A로 막으면 그만인데 어려운 장면일수록 이런 평범한 수는 떠오르지 않는 법이다.

그런데 A에 막더라도 백은 쉽게 이기는 것이 아니라 한 고비를 더 넘겨야 했다는 것이 나중에 조훈현9단과 임선근9단의 복기에서 밝혀졌다.

'참고도1' 백1로 막으면 흑2로 두는 수가 있었다. 여기서 백3은 흑4로 백이 사망한다. 이때는 '참고도2' 백2로 나오는 수가 유일한 해결책. 12까지 패가 나고 역시 팻감이 없는 흑이 지게 된다.

그런데 이런 수순들은 꽤 복잡해 1분에 해결하기는 힘든 것들이다.

생각하면 바둑도 유리한 나카무라8단이 초읽기 속에서 어려운 수상전을 벌인 바로 그것이 패착이었는지도 모른다.

드라마틱한 승리를 거두며 세계 32강 대열에 합류한 15세의 송태곤2단에게 축하의 박수를 보낸다. 승리는 어떻든 귀중하고 힘든 것이다.

박치문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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