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라파트-페레스 회담 실낱 희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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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중동분쟁이 전면전으로 치닫는 것을 막는 길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양측에서 온건파들이 정치적 입지를 회복하는 길밖에 없다.

여기에다 국제사회의 합리적이고 시의적절한 중재 노력이 겹쳐질 때 분쟁 종식과 평화협상 재개의 길이 열릴 수 있다.

현 상황이 비관적이긴 하지만 실낱 같은 희망조차 없지는 않다. 가령 시몬 페레스 이스라엘 외무장관의 노력을 들 수 있다. 오슬로 합의를 이끈 장본인이기도 한 페레스 장관은 이달 초 자살폭탄테러사건이 발생, 이스라엘인 16명이 목숨을 잃고 샤론이 초강경책으로 나왔을 때 샤론과 담판을 지어 대화재개 승낙을 얻어냈다. "해결책은 오직 대화밖에 없다" 며 장관직을 걸고 샤론을 설득했다.

그는 최근 '가자지구 선행안' 이란 대안을 제시했다. "가자지구에서 이스라엘군이 먼저 철수한 뒤 팔레스타인 독립국 수립을 인정한다" 는 방안이다.

이는 최근 테러가 중단된 지역에서부터 점진적으로 휴전합의를 실시한다는 샤론의 안과도 일맥상통하는 면이 있다. 하지만 이스라엘군의 전면 철수를 주장하는 팔레스타인이 이를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비록 회담 일정이 확정되진 않았지만 지난주 아라파트 수반과 페레스 장관이 대화 재개에 합의한 것도 희망을 던져주는 대목이다.

예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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