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사람] '야생초 지킴이' 강병화교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1면

고려대 환경생태공학부 강병화(54)교수는 '야생초 지킴이' 로 불린다. 1984년부터 17년간 전국의 산과 들을 돌며 토종 야생초의 씨앗 받기에 매달렸다.

강교수가 직접 채집한 풀씨는 1천2백20종에 달한다. 벼 농사를 괴롭히는 잡초인 피에서부터 금강초롱 등 야생꽃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30대에 시작해 지금까지 풀씨 모으기에 매달렸지만 아직 우리나라 초본류의 절반밖에 확보하지 못했습니다. 큰 도움이 되지 않을 것 같은 풀들이지만 나중엔 귀한 자원이 될 것입니다. "

일년의 절반 정도를 풀씨 채집하느라 야외에서 보내는 통에 그의 얼굴은 구릿빛이다. 그는 한국과학재단의 도움을 받아 얼마전 씨앗을 보관할 대형 저온 냉장고를 마련했다. 지난해 1월에는 야생 초본식물자원 종자은행을 열었고, 98종에 대한 8백여장의 사진을 올려놓은 홈페이지(seedhank.korea.ac.kr)도 개설했다. 그의 풀씨 모으기는 우리나라 풀의 종자를 모두 모아 보존하고 연구해 보자는 학문적 욕심에서 시작됐다. 앞으로 10년 내에 1천8백종을 확보하는 게 목표다.

"외국은 식물 자원 연구를 1백50년 동안 해왔는데 우리나라는 이제 시작입니다. 식물이 천연물을 이용한 신약 등의 보고(寶庫)가 될 것입니다. "

따라서 정부는 생명공학 시대에 중요한 국가 자원으로 떠오르고 있는 식물 연구에 관심을 갖고 투자를 서둘러야 한다고 그는 강조했다.

강교수는 자신의 소중한 자산인 씨앗을 연구자들에게 나눠주고 있다. 식물 연구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외국으로 종자가 빠져나갈 것에 대비해 종자 목록을 한권 만들어 보관하고 있다.

"후학들이 저의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우리 식물과 그 유전자원을 활용, 신약.신물질 등을 개발할 수 있게 되길 바랍니다. "

박방주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