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민련 '신국가경영 문건' 정가 해석 제각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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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이회창 포위.3여+3金 정계개편' 'DJ의 실패한 정책과 결별' '여권 예비주자들과 박근혜(朴槿惠) 영입' 등이 들어 있는 자민련의 JP 대권전략 문건이 공개되자 각당은 예민한 반응을 보였다.

정계개편 부분에 대해 한나라당 당직자들은 일단 "현실성이 없는 문건" 이라고 평가절하하면서 말을 아꼈다.

이회창 총재는 이 문건 내용이 보도된 중앙일보 27일자를 꼼꼼히 읽었으며, 표정이 썩 밝지 않았다는 게 측근의 설명이다.

"반(反)이회창 세력을 출신지역까지 고려해 결집시킨다는 정계개편 구상이 이뤄지기는 힘들겠지만 신경은 쓰이지 않겠느냐" 는 것이다.

이 측근은 "궁극적으로 YS를 우군으로 만들고 JP를 중립화해야 할 우리로선 신중한 입장을 취할 수밖에 없다" 고 설명했다.

민주당 쪽의 반응도 다양했다. 동교동계인 설훈(薛勳)의원은 "정당이 집권을 꿈꾸는 것은 당연하다" 며 문건작성의 목적 자체를 무시하진 않았다.

그는 "다만 자민련이 지난해 우리가 요구할 땐 응하지 않다 지금 합당론을 펴는 것은 적절한 타이밍을 놓친 것 같다" 고 평했다.

이인제(李仁濟)최고위원측은 "대통령은 3金씨가 아니라 국민이 만드는 것" 이라고 했다.

반면 정세균(丁世均)기조위원장은 "자민련에서 JP대망론을 얘기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 "JP는 당연히 대권후보의 한 사람" 이라고 말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김대중 대통령의 정치적 협조를 받아야 대권후보가 된다면서도 金대통령의 정책과는 결별해야 한다는 주장은 모순" 이라고 비판했다.

자민련 변웅전 대변인은 "당의 공식문건이 아니다" 라고 말했다.

그러나 대부분의 당직자들은 익명을 요구하며 "JP가 집권하기 위해선 이 길밖에 없는 것 아니냐" 며 문건의 내용이 당내에서 광범위한 공감을 얻은 것임을 강조했다.

특히 '집권 1년2개월 안에 내각제로 개헌하고 정계은퇴한다' 는 대목에 대해 JP의 부정적 이미지를 극복하기 위한 유일한 방법이라는 얘기가 많았다.

여야를 막론하고 JP의 집권 가능성에는 부정적이었다.

문건에서 국무총리로 영입해야 한다고 지목된 한나라당 박근혜 부총재는 "(JP집권은)시나리오에 불과하다" 고 말했다. "꿈은 현실이 아니다(李在五원내총무)" 라는 말도 나왔다.

전영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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