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B] 김병현, 도우미 샌더스는 '태권왕'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2면

태권도 블랙벨트의 천생연분.

'태극 잠수함' 김병현(22.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의 도우미는 '태권왕' 레지 샌더스(34)다. 겨울이면 야구 유니폼 대신 흰 태권도복을 입는 '태권왕' 샌더스가 통쾌한 홈런 한방으로 김병현의 시즌 4승을 거들었다.

김병현은 27일(한국시간) 필라델피아 필리스와의 원정경기에서 3 - 3 동점이던 9회말 등판, 연장 10회까지 2이닝을 1안타 무실점으로 막아냈고, 샌더스는 연장 10회초 상대 투수 클리프 폴리트의 3구째를 걷어올려 우중간 담장을 넘기는 결승홈런을 뿜어냈다.

김병현은 샌더스의 결승포에 힘입어 시즌 4승(통산 11승)째를 기록했고, 시즌 방어율은 2.69로 끌어내렸다.

원정경기 18게임 무실점 행진으로 팀의 지구 선두를 탄탄히 지탱하는 믿음직한 구원투였다.

1991년 메이저리그에 데뷔, 신시내티 레즈.샌디에이고 파드리스.애틀랜타 브레이브스를 거쳐 올해 다이아몬드백스 유니폼을 입은 샌더스는 우투 우타 외야수로 95년 올스타에 선발되며 레즈의 월드시리즈 우승을 이끌었던 슬러거다.

승리투수와 결승타의 주인공이 된 이들은 공교롭게도 모두 태권도 유단자다.

샌더스는 가라테 사범이었던 부친이 작고한 98년 집(플로리다주 탬파)근처의 태권도장을 찾았고, 이곳에서 만난 이재학(51)사범에게서 태권도를 배웠다. 샌더스는 이사범에게 태권도를 배우면서 집중력이 눈에 띄게 좋아져 최근 수년간의 부진을 씻고 올해 맹활약하고 있다.

이날 때린 홈런은 올시즌 28호로 95년 기록한 자신의 시즌 최다홈런과 타이기록이다. 올해 공인 초단을 따내 꿈에 그리던 블랙벨트를 맸다.

김병현도 태권도에는 일가견이 있다. 김선수의 부친 김연수(52)씨 역시 태권도장을 운영한 바 있고, 어렸을 때부터 태권도를 배운 김병현은 공인 2단이다.

김병현과 샌더스는 팀내에서 종종 태권도를 공통의 화제로 삼아 대화를 나누기도 한다.

이태일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