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계 의견 수용, 4대 강 지천 수질 개선 투자 앞당길 것”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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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2호 11면

박재완 청와대 국정기획수석은 16일 종합 편성채널 선정 시기와 관련, “방송통신위원회에서 결정할 사안이지만 최대한 빠르게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신동연 기자

16일 오전 박재완 청와대 국정기획수석을 만났다. 그날 조간신문에는 천안함 함미 인양 소식과 함께 링스 헬기 추락 사고 소식이 실렸다. “천안함에 헬기에…화불단행(禍不單行)입니까. 왜 이런 일이 계속 일어날까요”라고 묻자 박 수석은 “안타깝다. 어떻게 해야 할지…”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난감해했다. 말도 아꼈다. 하지만 김태영 국방부 장관과 이상의 합동참모본부 의장이 천안함 침몰과 관련해 첫 보고를 받은 시각이 각각 사건 발생 52분과 49분 후였다는 지적에는 한마디 했다. “보고가 늦어졌다면 문제가 있는 것이다. 보고 체계가 잘못된 것인지, 아니면 보고하지 않은 사람이 잘못된 것인지 따져 봐야 될 겁니다.” 박 수석은 천안함 문제도 문제지만, 표류하는 세종시나 환경단체와 종교계의 반대가 거센 4대 강 사업을 추진하는 일에 여념이 없다.

국가 위기 관리 한복판에 선 박재완 국정기획수석

모두 녹록지 않은 일이다. 6·2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어 더 민감하다. 4대 강 문제에 대해선 한나라당 내부에서 정부 대처에 책임론을 제기하고 있는 상황이다. 집권 3년차를 맞은 이명박 정부의 고민이 박 수석의 표정에서 읽혀졌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일부 종교계까지 나서 4대 강 사업에 반대하는 상황에서 당이나 정부가 제대로 대처해야 하는데 정부가 제대로 설명 못하고 있다”(홍준표 의원), “4대 강 사업이 수질을 좋게 하는 것인데 악화시키는 것으로 인식되게 만든 책임자는 당연히 문책해야 한다”(정두언 의원)는 주장이 한나라당에서 나왔다. 어떻게 대처할 건가.

“나름대로 국민에게 알려 드리고 공감대를 확산하려는 노력을 해왔지만 충분하지 못했던 것 같다. 충분히 공감대를 확보하지 못한 책임은 정부에 있다. 다 함께 자성하고 문제인식을 공유해야 한다. 환경단체나 종교계 인사들을 만나 귀담아들어야 할 부분은 수용하고 있다. 다만 일부에선 비판을 위한 비판을 하거나 사실을 왜곡해 침소봉대한다든지 하는 경우도 있다.”

-종교계의 반발도 그러한 경우인가.
“그분들이야 (4대 강 사업이) 걱정이 돼서 그런 것이다.”

-반대하는 목소리 중에 왜 4대 강을 한꺼번에 공사하느냐. 한 곳을 해 보고 좋으면 다른 곳으로 확대할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있다.
“4대 강 살리기 사업을 하기 전에도 강과 하천을 관리하는 데 한 해 5조원 정도의 예산이 들어간다. 홍수 피해가 나면 복구해야 하고 수질도 개선하고 제방도 보강해야 하기 때문이다. 집중 투자를 하면 근원적인 처방이 이뤄질 수 있기에 동시에 추진하는 것이다. 사실 지난 정권에서도 전국 하천에 대한 정비 청사진은 있었다. 추진을 안 한 것이다. ”

-환경단체나 종교계가 주장하는 지류나 지천에 대한 수질 개선 투자가 추진된다고 하던데.
“아직 협의가 끝나지 않았다. 사실 2012년까지 하수종말처리장, 오폐수처리장 등 환경기초시설 1327군데를 설치해 수질을 개선할 계획이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수질이 완벽하게 개선되지 않는다. 수질 개선에 대해서는 한나라당에서도 강력한 요구가 있었다. 그래서 기존 수질 개선계획을 좀 더 내실 있게 추진하고 2020년까지 완성하기로 돼 있는 지류나 지천에 대한 수질 개선 투자 사업도 앞당길 수 없는지 검토하고 있다. 해당 정부 부처와 긴밀히 협의하고 있다. 이 사안은 4대 강 사업을 반대하는 환경단체나 종교계의 요구를 수용한 것이기도 하다.”

-세종시 문제는 당내 중진협의체의 가동이 신통치 않다. 최근에는 4월 국회에서 세종시 신안을 처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는데.
“중진협의체는 마지막 회의가 한 차례 남아 있다. 하루라도 빨리 당론을 정해야 한다. 중진협의체에서 합의해주는 것이 가장 좋다. 중진협의체에서 어떤 결론이 나오더라도 수용할 것이다. 세종시 문제는 빨리 당론을 정해야 하며 그것이 책임 있는 정당의 모습이다.”

-지방선거 이후로 세종시 신안(수정안)을 처리해 넘겨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정부 입장은 하루라도 빨리 처리해주었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정치적 손해를 감수하고라도 추진하려는 게 세종시 문제다. 그런 만큼 지방선거와는 별개로 생각해야 한다. 매년 선거가 있는 나라에서 선거를 너무 의식하면 아무 일도 못한다.”

-세종시 신안 처리가 왜 자꾸 지연되는가.
“최선을 다하지 못했다고 생각한다. 올바른 의제임에도 불구하고 여론의 압도적 지지를 받지 못한 것을 보면 부족함을 느낀다. 하지만 선진국 경우에도 주요한 법안이 처리되기까지 시간이 꽤 걸리는 경우가 있다. 세종시 수정안의 내용은 다 알려졌으니까 이제는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본다.”

-박근혜 전 대표와는 전혀 대화가 안 되는 것인가. 별도의 노력은 하고 있는지.
“게임이론에 나오는 얘기가 있다. 두 사람이 파리에서 만나기로 약속했는데 어떤 이유로 시간은 정했지만 장소를 정하지 못했다. 그런데 두 사람은 결국 약속한 시간에 에펠탑 앞에서 만났다. 왜 그게 가능했을까. 내가 어디로 갈까가 아니라 상대방이 어디로 갈까를 생각했기 때문이다. 박 전 대표와의 세종시 문제도 풀 수 있을 것이란 반전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있다.”

-최근 종합편성 채널이나 보도 채널 선정을 서둘러야 한다고 얘기했다.
“빨리 해야 하는데 여러 가지 사정으로 조금씩 지연돼 지금까지 왔다. 시기는 방송통신위원회에서 결정할 사안이지만 최대한 빠르게 되도록 노력하겠다.”

-한나라당 출신인 김형오 국회의장이 ‘정보통신기술(ICT) 업무를 총괄할 통합부처가 필요하다’며 현 정부의 IT정책 추진 체계에 대해 공식적인 문제 제기를 했는데.
“IT 강국 어디에도 이를 전담하는 부처가 있는 곳은 없다. 우리의 IT 경쟁력이 저하됐다고 하는데 이는 어느 지표를 내보이느냐에 따라 다르다. 실제 가장 권위 있는 국제전기통신연합(ITU)에서 집계한 우리의 경쟁력은 2009년 세계 3위로 여전히 상위권이다. 우리 IT 산업에서 제조업과 인프라, 하드웨어 분야의 경쟁력은 뛰어나지만 소프트웨어 분야나 IT가 다른 분야와 융합되는 점이 약하다. 이처럼 소프트웨어나 콘텐트가 약하다는 것은 10여 년 전부터 제기돼 온 문제다. 정작 스마트폰에 대한 규제를 풀어 출시토록 한 게 정통부를 폐지한 이명박 정부였다.”

-김 의장뿐 아니라 업계에서도 정통부를 부활해야 한다는 얘기가 나온다.
“이명박 정부에선 대기업 위주로 돼 있던 IT산업 지원을 중소기업이나 1인 창조기업 쪽으로 돌렸다. 양질의 콘텐트 개발을 위해서였다. 또 취약한 IT와 다른 산업의 융합, 콘텐트 육성, 그리고 모바일이나 무선 인터넷의 성장에 중점을 두는 방향으로 정책을 운용하고 있는데 오해가 있는 것 같다. 과거 정통부가 있을 때 수혜를 받았던 이들이 지금은 지원이 안 된다고 불만을 가질 수 있다. 변화에는 금단현상도 나타나고 고통과 저항도 따른다. 지금은 전환기다. 그래서 성장통을 앓고 있다고 보면 된다. 정책 방향은 그렇게 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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