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5기 왕위전] 이창호-조훈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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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2면

黑 121 마지막 노림수 실패로

제7보 (116~146)=이창호9단이 116에 붙이자 대마를 노리고 줄기차게 추격하던 曺9단의 발걸음도 힘이 빠졌다.

사실 曺9단이나 李왕위는 기풍은 크게 다르지만 본질적으로는 '수비' 쪽에 서있다. 공격이 약해서가 아니라 공격은 성공확률이 적다고 보기 때문에 수비 쪽으로 기울게 된 것이다.

그렇다면 曺9단의 격렬한 싸움 바둑은 또 뭐냐는 질문이 나올 수 있다. 그렇다. 曺9단은 참으로 잘 싸워 전신(戰神)이란 별명도 얻은 사람이다. 하지만 그의 전투 역시 정면 공격보다는 역습이나 받아치기,

또는 수비를 위한 전투가 많은 편이어서 유창혁9단 스타일의 공격 바둑과는 크게 다르다. 이 판에서 본의 아니게 공격에 나선 것은 바둑이 뜻대로 풀리지 않았다는 증거며 그 공격은 결국 李왕위의 완벽한 수비에 가로 막혀 실패로 돌아가게 됐다.

121로 찌른 수가 흑으로서는 마지막 노림수다. '참고도' 백1로 덥석 막으면 흑2로 끊어 걸려든다. 귀의 백은 흑4 때 백5가 연결을 보는 선수여서 살게 되는데 지금은 흑6이 또한 선수여서 백A엔 흑B로 잡히게 된다.

그러나 122로 한발 늦추는 수가 있었다. 이젠 흑이 '가' 에 두더라도 선수가 되지 않으므로 귀는 훌륭히 살아 있다. 121을 미리 찔렀다면 백은 바로 막을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재차 대마를 공격했으나 146으로 크게 살자 曺9단은 돌을 거두지 않을 수 없었다.

박치문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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