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 오후 10시 KBS 본관 라디오 13스튜디오. 방송중임을 알리는 '온 에어' 표시등에 불이 켜지자 박수홍(32).박경림(24)의 말에 가속도가 붙었다.
"아유, 농담도 잘 하셔. "
"정말, 대단하셔. "
손짓 발짓 섞어가며 잠시도 쉬지 않고 재잘대는 모습이 옛날 만담의 한 대목을 방불케 했다. 10평 남짓한 한적한 스튜디오에서 열기가 느껴질 정도였다. 두 사람의 화려한 말발 때문에 이들이 진행하는 KBS 2라디오 '박수홍.박경림의 인기가요' (매일 밤 10시.106.1㎒)는 '만담방송' 이란 별칭까지 얻으며 청취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이 시간대에 이렇게 산만한 프로가 없죠. 이 산만함 속에서도 집중할 수 있어야 우리 프로의 청취자가 될 수 있다니까요, 아유!" (박경림)
"저도 '별이 빛나는 밤에' 를 들으면서 자란 라디오 세대죠. 경림이가 중학생 때부터 나를 따르고 좋아했으니 우리 둘의 콤비 플레이를 누가 당해내겠어요. " (박수홍)
만담방송이란 애칭에서 짐작할 수 있듯 가요프로인데도 노래보다 말이 더 많다. 노래는 두 시간 방송에 겨우 12곡 정도 소개된다.
두 사람의 거칠 것 없는 '만담' 은 소재를 가리지 않는다. "설마 방송에서 이런 말은 할 수 없겠지" 라는 생각의 허를 찌르려는 듯 어느 것 하나도 그냥 두지 않고 비틀어 농담의 소재로 활용한다.
예컨대 광고방송을 알리는 말의 경우, 박경림은 평소 나오던 광고가 빠지기라도 하면 꼭 한마디 하고 지나간다. "○○식품 나가셨습니다. 집보다 좋은 데가 어디있다고 나가셨을까요. 돌아오세요, 아유!" 라면서 서태지와 아이들의 '컴백홈' 을 틀어준다. 그러자 "2주 만에 그 광고가 다시 돌아왔다" 고 한다.
이런 파격은 방송 내내 이어진다. god의 '어머님께' 를 틀다가 CD가 튀자 박경림이 즉석에서 그 노래를 다 불러 화제가 되기도 했다. 게스트와 대화에 열중하다 방송 시간을 넘겨 PD의 애를 태운 적도 한두 번이 아니다. 그래도 두 사람은 지난 6월 KBS 우수 DJ상을 받기도 했다. 꾸미지 않은 두 사람의 대화에 포복절도하는 청취자들이 하나둘씩 늘어가고 있다.
우상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