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취재] 폐경도 마음먹기 나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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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폐경(閉經)나이 48세, 평균 수명 79.2세. 평균적인 한국 여성의 현주소다.

폐경 후 30년의 긴 세월 동안 여성을 포기하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이들은 폐경을 계기로 부부관계에 큰 변화를 느끼고 있으며 주된 원인이 심리적인 것으로 지적돼 폐경기에 대한 인식전환과 적극적 대처가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도권 폐경 여성 2백54명에 대한 본사의 조사 결과 '폐경 후 성욕이 떨어졌다' 는 여성이 50.4%로 '변화가 없다' (30.3%)나 '오히려 성욕이 증가했다' (2%)는 경우를 크게 앞질렀다. 이같은 결과는 신체적 변화 때문이라기보다 심리적 요인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성의학자인 설현욱 (서울 성클리닉)박사는 "폐경 여성은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이 급격히 줄면서 상대적으로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의 비율이 높아져 성욕이 오히려 증가할 수 있다" 고 말한다.

그는 나아가 "피임에 대한 걱정도 없고 부부만의 시간을 가질 기회도 많아 폐경으로 인해 성적 능력이 떨어질 뚜렷한 이유는 없다" 고 설명한다.

실제로 폐경 후 남편과의 성관계 빈도도 응답자의 50%는 감소했지만, 비슷하거나(29.9%) 늘었다(3.5%)는 사람도 적지 않아 폐경 후 성생활은 본인하기 나름이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폐경기 부부의 성관계 횟수는 '매주 한번 이상' 이 10.6%, '매달 1~3회' 가 34.3%로 조사됐다. 예상보다 횟수가 잦았고 약 절반은 폐경 후에도 정기적인 성관계를 갖고 있음이 확인됐다.

또한 몇달에 한번씩 하는 경우가 24.4%, 성생활을 안하는 부부는 18.1%였다. 이 역시 성생활은 폐경과 별 상관이 없으며 개인차가 심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폐경 후 성생활 만족도도 '좋아졌다' 가 3.1%, '폐경 전과 비슷하다' 가 46.1%여서 약 절반은 폐경이 성생활 만족도에 나쁜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나빠졌다는 경우(28.7%)에도 원인이 본인의 성욕 감퇴(76.7%)나 남편이 인간적으로 못마땅하다(8.2%)는 등 대부분 심리적인 요인이었다.

남편의 성능력이 감퇴하거나 성생활을 싫어하는 경우가 각각 11%, 8.2%였으며 질병이 원인인 경우는 1.4%에 불과해 폐경 후 성생활 만족도는 정신적 측면에 의해 더 좌우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 특별취재팀=생활레저부 이은주.박혜민.김현경 기자, 황세희 전문위원(의사).홍혜걸 전문기자(의사) 문의 전화 : 02-751-5056

▶ 기획연재 '폐경여성 새삶찾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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