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킹홀리데이' 입국자, 외국인 가정교사로 인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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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 사는 李모(37)씨의 초등학교 1, 2학년짜리 두 아들은 호주인 입주 가정교사에게서 영어를 배운다.

평소 두 아이의 영어교육을 위해 조기유학 등을 생각하고 있던 李씨는 "외국인 가정교사가 유학보다 싸고 효과도 좋다" 는 이야기를 듣고 워킹 홀리데이(관광취업 비자) 프로그램을 통해 입국한 외국인 가정교사를 구했다.

영어 조기교육 붐이 일고 있는 가운데 최근 젊은이들의 국제 교류 프로그램인 워킹 홀리데이가 외국인 입주 가정교사 창구로 새롭게 등장했다.

워킹 홀리데이 중 '오페어' (Au pair.동등하게 문화를 교류한다는 의미)는 젊은이들이 6개월에서 1년간 외국 가정에서 보모로 일하며 언어와 문화를 배우고 가르치는 제도로 서구에서는 일반화했다. 보모 등의 일을 하면서 받은 보수는 그 나라를 여행하는 경비로 쓴다.

국내에서도 여행사인 '신발끈' 이 지난 5월부터 오페어를 원용, 영어권 국가의 젊은이들을 한국 가정에 소개해 사실상 영어 가정교사로 일하게 하는 '튜터링 인 코리아' (http://www.tutoringkorea.com)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이 제도가 알려지자 이같은 외국인을 구해달라는 국내 가정의 문의가 빗발치고 있다. 그러나 한국 문화에 대한 홍보가 부족한 데다 한국어를 배우려는 서구 젊은이들의 현실적인 필요가 적어 공급이 수요에 크게 미치지 못하는 실정이다. 현재까지 호주인 6명과 뉴질랜드.캐나다인 각 1명 등 모두 8명의 외국인이 국내 가정에 들어가 영어를 가르치고 있다.

각 가정은 월 65만원의 보수 외에도 왕복 항공권료.의료보험.한국문화체험 연수비 등을 지원해야 한다. 도합 6개월에 8백만원, 1년에 1천2백만원 정도가 필요하다.

신발끈 장영복 실장은 "영어 조기교육을 위해 외국인을 구해달라는 가정이 현재 2백여곳에 이르지만 한국이 상대적으로 비인기국이어서 공급이 맞지 않는다" 며 "호주.뉴질랜드 등을 돌며 이 프로그램에 대한 홍보 투어를 할 계획" 이라고 말했다.

1995년 워킹 홀리데이 협정이 호주와 처음 맺어져 96년부터 일본.캐나다.뉴질랜드로 확대된 후 이 제도를 통해 영어권 국가로 나가는 우리 젊은이는 한해 2천명이 넘지만 이들 국가에서 우리나라로 오는 외국인은 수십명에 불과하다.

성호준.남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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