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빅혼의 결투' 미국보다 국내서 더 열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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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지난달 31일 타이거 우즈-아니카 소렌스탐조와 데이비드 듀발-카리 웹조가 펼친 '빅혼의 결투' 에 대한 국내외의 반응이 엇갈렸다.

이 경기를 기획하고 독점 중계한 미국 ABC방송 조사에 따르면 미국내 시청률은 5.9%에 그쳤다. 지난해 우즈-세르히오 가르시아 맞대결(8.6%)과 1999년 우즈-듀발 대결(7.4%)에 비해 현저히 낮은 것이다.

그러나 국내의 반응은 의외였다. SBS가 시청률 조사업체인 TNS에 의뢰해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오전 9시부터 오후 1시까지 생방송 점유율은 3.5%로 10위였으나 오후 5시30분부터 10시까지 재방송 점유율은 18%로 전체 유선방송 1위로 나타났다.

이런 현상은 여자프로골프에 대한 미국과 한국의 관심이 다른 데서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

한국에서 박세리의 98년 US여자오픈 제패 이후 여자골프의 인기가 남자골프를 능가하고 있다. 국내 대회 유치도 스폰서들의 입김이 여자대회로 쏠려 여고남저(女高男低) 현상이 두드러진다. 반면 미국에서는 여자프로골프협회(LPGA) 투어의 인기가 남자프로골프협회(PGA)에 비해 크게 떨어진다.

PGA 투어가 1월부터 12월까지 빽빽하게 치러지는 것에 비해 LPGA투어는 스폰서를 구하지 못해 한국.일본.캐나다.영국으로까지 손을 뻗고 있다.

팬들이 프로스포츠에 열광하고 스타의 행동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자신들이 하지 못하는 묘기에 대리만족을 느끼기 때문이다. 한국의 남자 프로골프가 성장하기 위해서는 박세리, 나아가서는 타이거 우즈 같은 스타 탄생이 시급하다.

성백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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