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취재] 학교선 자폐아 외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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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서울 K초등학교 3학년에 다니던 이명호(가명)군은 지난 7월 집에서 멀리 떨어진 장애인 특수학교에 통학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자폐아인 명호가 수업시간 중에 들락거리자 이를 참다 못한 담임교사가 수업에 방해가 된다며 명호 부모에게 전학을 권유했기 때문이다.

담임교사 김모씨는 "자폐아도 교육 받을 권리가 있다는 건 인정하지만 한반에 40명이 넘는 아이들을 혼자 돌봐야 하는 상황에선 자폐아 한명만 특별히 배려하긴 힘들다" 고 토로했다.

자폐아를 위한 '통합교육' 이 겉돌고 있는 것이다. 정부는 자폐아 등 발달장애 어린이들이 일반학교에 다닐 경우 정상아들과 어울리며 사회성이 향상되는 등 교육적 효과가 크다고 판단해 이를 적극 장려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그러나 일선 현장에선 ▶학급당 학생수 과다▶일반 교사들의 인식 부족▶정상아 및 학부모들의 이해 부족 때문에 자폐아들이 따돌림 당하고 있다.

특히 초등학교에서 중학교, 고등학교로 올라갈수록 자폐아들이 겪는 냉대는 더욱 심해진다. 현행법상 일반학교에 장애아가 다닐 경우 특수학급을 설치토록 돼 있다. 그런데 특수학급이 있는 학교수가 중.고교로 갈수록 급감해 상당수 자폐아가 상급학교에 진학하면서 통합교육의 기회를 빼앗기는 것이다.

교육인적자원부 특수교육보건과 윤점룡 과장은 "입시 위주의 교육현실 때문에 대부분의 고등학교가 특수학급의 설치를 거부한다" 면서 "이에 따라 일반학교에 다니던 자폐아들이 고학년이 되면서 장애아만 모여 있는 특수학교로 떠밀려 가는 추세" 라고 말했다.

그러나 특수학교 역시 자폐아들에 대한 교육이 제대로 되지 않기는 마찬가지다. 외국에선 자폐아 3명당 특수교사 1명을 배정해 명실상부한 대면(對面)교육을 하고 있으나 국내 특수학교는 한 학급 정원이 10명을 웃돌기 일쑤다. 그나마 특수학교 1백34개 중 23곳(2001년 4월 현재)은 아예 고등과정이 없다.

국립특수교육원 박경숙 원장은 "특수교육 예산이 적어 교육의 질이 낮아질 수밖에 없다" 며 "전체 교육예산 중 특수교육 관련 예산이 미국은 15%, 일본은 5.6%인 반면 우리나라는 1.8%에 불과하다" 고 지적했다.

민병관.정경민.신예리 기자

▶ 기획연재 '자폐아 가정의 고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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