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5기 왕위전] 조훈현-안영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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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6면

黑 51은 현실도피

제3보 (42~61)=흑은 하변에서의 실패로 형세가 어두워졌다. A로 잡는 수가 있다고는 하지만 후수이고 그보다는 백이 B로 끊는 시한폭탄이 훨씬 두렵다.

당장 터지지 않는 폭탄이라고는 하나 한시도 눈을 뗄 수 없을 만큼 불안한 존재인 것이다.

曺9단은 42로 파고들더니 어느 순간 번개같이 50을 둔다. 특유의 속력 행마다. 安4단은 점점 더 우울해지고 있다.

흐름을 뒤집을 단서는 떠오르지 않고 이럴까 저럴까 망설이다가 50마저 놓치고 말았다.

50은 얼마나 크고 좋은 곳인가. 47로는 '참고도1' 처럼 흑1에 벌리고 봐야했다는 후회가 밀물처럼 밀려든다.

이곳을 차지하면 백△들을 하변 백과 엮어 공격할 수도 있다. 그 기막힌 가능성을 47은 멍하니 놓치고 말았다. 이런 후회와 자책 때문에 安4단의 가슴은 숯처럼 까맣게 타들어간다.

51도 두말할 것 없이 좌변이 크고 그중에서도 '참고도2' 흑1이 한눈에 떠오르는 급소다. 그러나 백2에 3의 수비가 불가피해 4를 당하게 된다.

그런 고충 때문에 51에 한번 빠져본 것인데 이건 현실도피의 혐의가 짙은 수. 괴롭더라도 좌변을 두는 수단을 찾아내야 했다.

56의 요소를 당해 흑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박치문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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