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현장 이 문제] 채권단·주민 분양전환 놓고 싸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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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20년 장기 임대아파트인 인천시 연수구 청학동 시대아파트에 대한 분양 여부와 분양가 산정을 놓고 입주민들과 소유주가 마찰을 빚고 있다.

9백17가구 규모인 이 아파트는 뉴코아 계열사인 시대종합건설이 지었으며 1994년 입주한 주민들이 매월 17만~20만원의 임대료를 내고있다. 그러나 97년 시대종합건설이 부도 나자 뉴코아채권단이 98년 아파트를 인수, 지난달부터 다른 임대사업자에게 매각하거나 분양전환에 나섰다.

채권단은 이미 4백50가구를 제3의 임대사업자에게 평당 2백50만원에 매각했으며 나머지는 입주민들에게 평당 2백40만원씩에 분양하는 것을 추진하고 있다.

이에 대해 주민들은 임대아파트 분양 절차에 문제가 있으며 설령 분양을 하더라도 분양가를 2백10만원 정도로 낮춰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주민들은 지난 7일 서울 서초구 잠원동 뉴코아 본사 앞에서 항의 집회를 연 데 이어 18일에도 연수구청 앞에서 시위를 벌였다.

◇ 입주민 주장=채권단이 임대아파트를 분양하려면 입주민에게 우선 분양하고 매각계획서를 관할구청인 연수구청에 제출, 허가를 받아야 하는데도 이를 무시한 채 일방적으로 매각을 강행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따라 주민들은 우선 적법절차를 거친 뒤 주민에게 적정 가격으로 우선 분양해줄 것을 요구했다. 아파트 임차인 대표 정애란(39)씨는 "감정평가 결과 평당 2백8만원 정도가 적당한 것으로 조사됐다" 며 "분양가격을 내리지 않을 경우 임대료 납부를 거부하고 항의시위를 계속하겠다" 고 말했다.

◇ 채권단 주장=부도가 난 시대종합건설로부터 아파트를 평당 2백70만원에 인수해 주민들의 요구대로 분양가를 낮출 경우 엄청난 손해를 보게 된다고 반박하고 있다.

뉴코아채권단 관계자는 "적법한 절차에 따라 매각을 진행하고 있다" 며 "주민과의 협의를 통해 민원을 최소화한 뒤 계속 매각을 추진해 나가겠다" 고 밝혔다.

엄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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