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왔다 갔다 교육정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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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교육인적자원부는 2003년까지 교원 2만3천6백명을 증원하고 2005년부터 수능시험제도를 개선하는 것 등을 내용으로 하는 '지식정보화 사회에 부응한 교육여건 개선 추진 계획' 을 어제 김대중(金大中)대통령에게 보고했다.

특히 이 계획엔 대학 입시를 단계적으로 완전 자율화하고 외국 유수 대학의 대학원을 국내에 유치하는 방안도 포함돼 있다.

누차 지적했듯이 21세기 지식기반 사회에서 교육정책의 기본은 자율성을 넓히면서 다양성과 수월성.창의성을 살려나가는 방향이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 교육부의 이번 계획은 큰 틀에서 옳은 방향이라고 본다.

학생 선발권을 대학에 되돌려주는 동시에 국립대의 학생 정원.조직.인사 및 재정 운영을 자율화하고, 연내 30개 가량의 자립형 사립고 시범학교를 선정해 내년부터 운영할 수 있게 했기 때문이다. 또 내년 9월까지 연구능력을 인정받은 세계적인 외국 대학원의 분교를 국내에 유치키로 한 것도 대학의 경쟁력을 높이는 촉매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교육정책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상당기간 지속돼야 한다. 백년대계(百年大計)란 말을 들먹일 필요도 없이 교육정책이 손바닥 뒤집듯 한다면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우리의 교육정책은 교육부 장관이 교체될 때마다 바뀌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정도다. 사정이 이러다 보니 학부모와 학생들은 새로운 입시제도 등이 발표될 때마다 언제 다시 바뀔지 몰라 불안해한다.

단적인 예가 수능시험이다. 학부모들의 사교육비 부담을 덜어주겠다며 쉬운 수능시험 정책을 고수하다가 급기야 지난해 변별력 상실로 '물수능' 이란 말까지 생겨나자 다시 난이도를 상향 조정키로 하지 않았던가. 교육부가 오는 12월 수능시험제도 및 학생부 반영 방법 등 구체적인 내용을 발표할 계획이라고 하니 또다시 과거의 잘못을 되풀이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교원 증원 문제도 그렇다. '국민의 정부' 출범 이후 정년 단축과 명예퇴직 등으로 2만여명의 교사들이 교단을 떠났다. 교육부가 이제 와서 1조1천6백40억원을 들여 교원 2만3천여명을 늘리겠다고 나섰으니 숫자로만 보면 몇 년 전으로 되돌아간 꼴이다.

교육부는 학급당 학생수를 줄이기 위해 학교 신설과 교원 증원이 불가피하다고 말하고 있다. 지난해 기준 초등학교 35.7명, 중학교 38.0명, 고교 42.7명인 학급당 학생수를 고교는 2002년까지, 초.중학교는 2003년까지 35명으로 낮추겠다는 것이다.

여기에 소요되는 예산만도 12조2천7백97억원에 이른다. 경제부처를 중심으로 일부에선 투자 효율성에 의문을 표시하고 있다. 학급당 학생수 몇 명 줄이자고 그렇게 많은 돈을 들일 필요가 있느냐는 주장이다.

물론 교육투자를 경제논리로만 설명할 수는 없다. 하지만 교육부는 이런 주장에도 귀 기울여 디지털마인드형 교육투자의 효율화.극대화를 기 할 수 있는 방안들을 찾아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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