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8 정상회담] 교토협약·MD가 걸림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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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주요 8개국(G8.서방선진 7개국+러시아) 정상회담이 20일 이탈리아 제노바에서 최루가스가 자욱한 가운데 시작됐다. 22일까지 열리는 이 회담은 회담장 밖에서는 반세계화 시위대와 경찰이, 회담장 안에서는 이해관계가 다른 국가의 정상들이 충돌할 것으로 전망된다.

◇ 회담 전망=이날 회담은 세계 경제에 대한 각국 정상의 걱정으로 시작됐다.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은 이날 각국 정상들의 상견례 자리에서 "회담에 참여한 국가들이 우선 자국 경제를 활성화시키는 데 집중해야 한다. 나는 미국은 세금 감면이라는 조치를 취했다는 점을 알리고 싶다" 고 말했다. 다른 정상들은 그에 공감을 표했다.

그러나 상견례에 이어 이날 열리는 두 차례의 본회담은 그다지 부드럽게 진행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부시 대통령이 전날 지구 온난화 방지를 위한 교토의정서 이행 거부와 미사일방어(MD)구상 강행에 대해 결코 물러서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히며 유럽 국가들을 자극했기 때문이다.

이같은 미국의 태도에 영국과 회담 주최국 이탈리아는 그다지 반발하고 있지 않지만 프랑스.독일은 "지구 온난화 문제를 강력 거론하겠다" 며 벼르고 있다.

무엇보다도 갈등의 소지를 안고 있는 것은 MD 구상에 대한 러시아의 뿌리깊은 반감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회담 출발에 앞서 내외신 기자 5백명을 모아놓고 '탄도탄요격미사일(ABM)협정의 개정 절대 불가' 를 재천명했다.

이같은 갈등 속에서 에이즈.후진국 채무 탕감 문제 등 당초 예정된 회담의 주요 의제들은 구체적인 이행방안이 없는 선언적 수준에서 논의될 가능성이 크다.

◇ 현지 표정=이날 오후 정상회담 시작과 동시에 제노바 시내 곳곳에서 반세계화 시위대들의 폭력시위가 시작됐다.

이들은 수십명씩 몰려다니며 경찰에 돌과 화염병을 던지고 차량에 불을 지르는 격결한 시위를 벌였다. 복면을 한 시위대들이 은행과 다국적 브랜드의 간판이 내걸린 상점의 유리창을 부쉈다.

경찰은 최루가스와 곤봉으로 시위대를 진압했으나 시위대들은 회담장에서 1.5㎞ 가량 떨어진 지점까지 진출하기도 했다.

경찰은 앞서 '붉은 구역' 으로 선포된 회담장 주변과 도심으로 진입하는 모든 도로에 바리케이드와 철책을 설치해 출입증이 없는 차량의 통행을 금지하고 비거주자의 출입을 제한했다.

세계화에 반대하는 전세계 7백30여개 비정부기구(NGO)와 시민.사회단체.노조들의 모임인 제노바사회포럼(GSF)측은 시 외곽에 1천명 이상을 수용할 수 있는 대형 천막 3개를 설치했으며 일부 극렬 단체들은 '붉은 구역 침입자' 라고 씌어진 티셔츠를 입고 시위를 벌였다.

파리=이훈범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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