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북-미 대화 모두 "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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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백남순(白南淳.사진) 북한 외무상이 이번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외무장관회의에 불참하는 것은 오는 광복절을 전후해 성사되리라고 기대했던 남북 및 북.미 대화 재개에 '적신호' 가 켜졌음을 의미한다.

◇ "기대 무너졌다" =정부 당국자들은 白외무상 불참 소식에 당혹감을 보이고 있다.

정부는 이번 ARF회의를 계기로 남북 및 북.미 외무장관회담을 갖고 부시 행정부 출범 이후 경색국면에 빠진 남북관계 및 북.미관계에 돌파구를 마련하겠다는 기대를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정부는 이번 ARF회의 동안 별도의 남북회담을 추진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은 외무성 차관이 9명인데, 이번 회의에 참석할 북측의 수석대표가 차관도 아닌 차관급이어서 그를 상대로 중요한 남북 현안을 논의하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판단한 것.

특히 白외무상의 불참으로 그동안 정부가 밝혀 온 7월 중 남북대화 재개는 물론 북.미 대화 조속 재개도 사실상 물건너간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 불참 배경=정부는 다양한 외교채널을 동원해 白외무상의 불참 배경을 파악하고 있으나 아직까지 뚜렷한 이유를 포착하지 못하고 있다.

다만 정부는 북측이 북.미 대화 재개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정리하지 못한 상태에서 白외무상이 ARF회의에 참석할 경우 부닥칠 '부담감' 때문에 불참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하지만 북.미 대화 재개를 놓고 미국과 '기싸움' 을 벌이고 있는 평양 당국이 북한을 명분으로 미사일방어(MD)체제 구축을 강행하고 있는 미국에 대한 항의 표시로 불참 결정을 내렸다는 분석도 있다.

이철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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