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념부총리 "중국, 한국보다 더 자본주의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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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중국이 한국보다 더 자본주의적이다. "

아무려면 사회주의 시장경제를 표방하는 중국이 '정통' 자본주의 국가인 한국보다 더 자본주의적일 수 있을까 하겠지만 이는 경제팀을 이끄는 진념(陳稔)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지난 18일 한 아침 강연에서 한 말이다.

陳부총리는 그 근거로 ▶중국은 기업 내부의 급여가 10배 이상 차이나고▶외국 자본의 자국 진출을 무조건 국부유출이라고 몰아붙이는 식의 소위 '매판자본' 에 대한 비판이 없다는 점을 들었다.

반면 한국은 이미 연봉제를 도입했지만 특유의 균등(均等)의식 때문에 제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고▶외환위기 직후 외국 자본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이 한때 사그라지는 듯하다 외국인 투자가 늘어나면서 국부유출을 우려하는 '전통적인' 목소리가 다시 높아졌다는 것이 그의 분석이다.

그는 "덩샤오핑(鄧小平)이 30년 먼저 태어났다면 한국이 설 땅은 없었을 것" 이라며 "중국이 빛의 속도로 변하며 '세계의 공장' 으로 변신 중" 이라고 평가했다.

중국이 23년간의 개혁.개방정책 기간에 연간 평균 9.3%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하며 우리 경제를 바짝 뒤쫓고 있음을 경계한 말이다.

陳부총리는 "중국은 한국에 기회이자 도전" 이라며 "우리 산업의 경쟁력을 획기적으로 개선하지 못한다면 5~10년 뒤 우리 경제의 위상을 어디서 찾아야 할지 소름이 끼친다" 고 말했다.

부총리의 중국론(論)에 대해 재경부 관계자는 "시장 불안을 해결하기 위한 단기적인 대응도 중요하지만 거기에 너무 매몰되지는 말고 중장기적으로 우리 산업을 바라보는 시각이 필요하다는 의미" 라고 설명했다.

시급한 경제.민생 문제가 정치권에서 겉돌고 있는데 대한 정책 당국자의 답답함을 토로한 것은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공산당 1당 독재의 중국은 일사천리로 정책을 풀어나갈 수 있지만 한국은 지루한 당정협의와 함께 여론의 반응도 챙겨야 하기 때문이다.

서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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