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로등 감전사 네탓이오" 관계 기관들 공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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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지난 15일 폭우 때 세명의 감전 추정 사망사고를 낸 서울 서초동 가로등의 누전차단기 미설치와 관련, 관계 기관들이 책임 공방을 벌이고 있다.

해당 기관은 감사원.서울시.서초구청.산자부 등이다. 사고를 당한 유족들이 소송을 준비하고 있어 이들 기관은 조만간 법정에서 공방을 벌이게 될 전망이다.

서초구청은 19일 "감사원 판정과 서울시 공문에 의거해 누전차단기를 달지 않았다" 고 주장했다. 서초구는 "감사원이 누전차단기가 미세한 누전에도 작동되면 가로등의 소등이 잦아지므로 시민 불편을 고려해 배선용 차단기를 설치하라고 했다" 며 1999년 3월 서울시가 보낸 공문을 제시했다.

서울시는 당시 공문에서 감사원의 96년 '전국 시.도 불편 감사결과 지적사항' 을 근거로 '감사원이 가로등 분전함에 누전차단기 대신 배선용 차단기를 설치하도록 판정했다' 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당시 산자부는 안전성과 법조항(전기사업법 및 전기설비기술 기준 45조)을 들어 감사원의 판정을 반박했다. 배선용 차단기는 전격전류를 초과했을 경우 전기를 차단하는 것이지 누전에 대해서는 안전성이 없다는 것.

이에 따라 서울시는 당초의 입장을 번복, 99년 10월 두차례에 걸쳐 누전차단기를 설치하라는 공문을 각 구청에 보냈다.

그러나 서초구청측은 "누전차단기를 설치했을 경우 가로등이 자주 꺼지게 되고, 감사원의 판정도 있어 누전차단기를 설치하지 않았다" 고 19일 주장했다.

이에 대해 감사원은 "누전차단기를 설치할 필요가 없다고 판정한 적이 없다" 며 "감전위험이 있는 가로등에 대해서는 누전차단기를 설치해야 한다는 한전측의 보고에 따라 이를 수용했을 뿐이다" 라고 주장했다.

성호준.김영훈.남궁욱 기자

사진=최정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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