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8 외무회담 장내·외서 '시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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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20일부터 이탈리아 제노바에서 열리는 주요8개국(G8.서방선진7개국+러시아) 정상회담의 사전 의견 조율을 위한 G8 외무장관 회담이 19일 로마에서 폐막됐다.

G8 외무장관들은 이틀 동안 전체 회의와 개별 회담을 통해 국제 정세를 논의했으나 미국의 미사일방어(MD)추진과 교토(京都)의정서 비준 문제 등 주요 현안에서 불협화음이 노출됐다.

◇ 외무장관 회담=G8 외무장관들은 회담을 끝내고 지역 정세에 관한 성명을 발표했다.

외무장관들은 성명에서 미국과 러시아 양국이 추진 중인 전략핵무기 삭감을 지지하고 인도와 파키스탄 정상회담에 대해서도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또 중동 사태에 관한 특별성명에서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모두 국제감시단을 받아들여야 한다" 며 조지 미첼 전 미국 상원의원이 주도한 권고안의 이행을 촉구했다.

하지만 MD와 교토 의정서 문제에 관해서는 합의에 이르지 못해 성명에서 언급하지 않은 채 정상회담에서 계속 논의키로 했다.

또 포괄적 핵실험 금지조약(CTBT)의 조기 발효에 대해서도 미국의 강경한 반대 입장에 부닥쳐 "발효되기까지 모든 나라의 핵실험을 현재의 수준에서 동결할 것을 촉구한다" 는 원칙을 성명에서 재확인하는 데 그쳤다.

◇ 미.러 장관 회담=미국과 러시아는 별도의 외무장관 회담을 열었지만 미국의 MD 체제 추진에 대한 러시아의 반대 입장만 확인하고 회담을 끝냈다.

오찬을 겸해 두시간 가량 진행된 회담에서 이고리 이바노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미국이 탄도탄요격미사일(ABM)협정을 폐기할 경우 세계의 전략적 안정을 파괴하고 새로운 무기 경쟁을 촉발시킬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콜린 파월 미 국무장관에게 MD 체제의 내용을 정확히 밝히라고 요구했다.

파월 장관은 이에 대해 "ABM 협정 처리 문제와 미국의 전략적 구상에 대해 판단을 내릴 수 있는 자료들을 러시아에 제공하겠다" 고 밝혔다.

◇ 제노바 표정=외무장관 회담이 열린 로마는 이날 평온했으나 G8 정상회담을 앞둔 제노바에는 프랑스 농민 운동가 조제 보베가 도착하는 등 반세계화 시위대가 속속 집결했다.

이탈리아는 2만명의 경찰을 동원해 회담장 주변과 주요 시설에서 비거주자에 대한 통행제한 조치를 했다.

또 대규모 시위가 벌어질 경우 선상(船上)에서 정상회담을 열 것도 검토하고 있다.

이상언 기자,외신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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