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곡 교과서 안쓴다" 일본 불채택 운동 탄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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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일본 도치기현 시모쓰가(下都賀)지구 교과서채택협의회의 우익 역사교과서 채택 결정이 일부 지역교육위원회의 반대로 백지화된 것은 앞으로의 교과서 채택 과정에서 커다란 의미를 던지고 있다는 게 관계자들의 대체적 분석이다.

일본 문부과학성이 한국.중국측의 재수정 요구를 거부했기 때문에 앞으로 일본 내에서 얼마나 많은 학교가 우익단체 '새 역사교과서를 만드는 모임' (새역모)의 역사교과서를 채택할 것인지가 주목을 끌어왔다.

그동안 교과서 채택을 둘러싸고 우익세력과 이를 반대하는 시민단체.학부모들 사이에 치열한 경쟁이 벌어졌었다.

'새역모' 는 특히 '채택률 10%' 란 목표 아래 자신들의 입김을 불어넣을 수 있는 지역교육위가 교과서 채택 여부를 결정하도록 지역의회에 로비해 상당한 성공도 거뒀다. 이 때문에 적지 않은 우려가 있었다.

지난달 말 일부 사립중학교가 '새역모' 교과서를 채택키로 한 데 이어 지난 12일 30개 공립중학교가 있는 시모쓰가 지구 교과서채택협의회가 편법으로 '새역모' 교과서를 채택키로 합의하자 이런 걱정은 더욱 커졌다.

그러나 시모쓰가 지구 소속 고쿠분지(國分寺)정 교육위와 후지하라(藤原)정 교육위가 16일 '새역모' 교과서 채택을 거부한데다 고야마(小山)시에서도 반대 의견이 많아 협의회 결정이 백지화됨에 따라 반대하는 입장에 탄력이 붙게 됐다.

교과서채택협의회 규정에는 소속 지방자치단체 가운데 한 곳이라도 반대하면 협의회 결정을 무효화하고 다시 협의토록 돼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새역모' 교과서가 채택될 가능성은 매우 희박해졌다.

지금까지는 지구 교과서채택협의회가 채택한 교과서는 지역교육청이 형식적인 절차를 거쳐 수용하는 것이 관례였다.

따라서 '시모쓰가 지구' 의 예는 곳곳에서 우익교과서 반대운동을 펼치는 시민단체.학부모들에게 큰 힘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도쿄=오대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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