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수된 집 찌릿찌릿…" 감전공포 신고 폭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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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17일 오전 서울 서초구청에 한 40대 주부가 다급한 목소리로 전화를 걸어왔다. "아침에 일어나 보니 집 앞에 개 한마리가 쓰러져 있는데 감전된 것 아니냐" 는 것이었다.

구청 담당자는 "비가 그친지 오래돼 그럴 가능성은 없다" 고 설명했지만 이 주부는 "도저히 불안해 안되겠으니 당장 점검해 달라" 고 요구했고 결국 구청 관계자가 현장에 출동하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지난 폭우 때 길가던 시민 21명이 감전사(感電死)하는 어이없는 상황이 벌어지자 시민들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감전 신드롬' 이 빚어지고 있다.

한전 중부지점에 따르면 15~16일 이틀 동안 실제로 아무런 이상이 없는데도 "집이 침수됐는데 전기가 찌릿찌릿 온다. 누전인 것 같다" 며 신고해온 것이 17건이나 됐다. 중부지점 최형식 부장은 "감전 사고 등에 대한 우려가 증폭되다 보니 심지어 전화 고장까지 한전으로 신고한 시민들도 있다" 고 말했다.

한국전기안전공사 관계자는 "이번 감전사고는 유례없는 폭우가 빚어낸 흔치 않은 경우" 라며 "시민들이 너무 불안에 떨 필요는 없다" 고 말했다.

그러나 이번 호우 때 한전 중부지점에 접수된 2백2건의 신고 가운데 절반 이상이 실제로 누전 등 안전에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밝혀져 전기시설에 대한 철저한 점검이 필요한 것으로 드러났다.

강주안.조민근.강병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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