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 세계화 항의인파로 연례회의 장소 변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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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7면

반(反)세계화 시위대를 피하려다 권위있는 국제기구들의 체면이 구겨지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IBRD)은 매년 10월 미국 수도 워싱턴에서 열던 연례 연석회의 장소를 올해는 시위를 우려해 변경할 계획이라고 11일 밝혔다.

IBRD와 IMF는 지난 20년간 연석회의를 이곳의 메리옷 워드먼 파크호텔에서 열어왔으나 약 4만명의 항의인파가 몰려올 것이 예상됨에 따라 다른 장소를 찾기로 한 것이다.

10월 2~3일 이틀간 열리는 이 연석회의에는 전세계 재무장관과 은행장 등 7천명이 참석할 예정이다. 시위대들은 미국 등 선진국이 주도하는 세계화는 거대 자본의 논리를 앞세워 나라간 빈부격차를 더욱 확대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에 앞서 IBRD는 지난달 25~26일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려던 개발정책 연례회의를 시위대를 피해 사이버회의로 대신하기도 했다.

이탈리아는 오는 20일 북부 제노바에서 3일간 열리는 G8(주요 8개국)정상회담 때문에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시위대들이 회의장 주변에 일반인들의 접근을 막기 위해 설치되는 '적색지대' 를 무시할 것이라고 선언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이탈리아 국방부는 이날 G8 정상회담의 치안을 위해 해병대.공수대원 등 2천7백명의 군인을 동원할 계획이라고 발표, 양측간 충돌이 우려되고 있다.

심상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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