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인사 대불 건립 60억, 80대 노사업가가 시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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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해인사 청동대불 건립을 위해 거액을 시주키로 약속한 사람은 서울에 거주하는 80대 노(老)사업가인 것으로 밝혀졌다.

해인사 재무담당 현종 스님은 지난 10일 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미국의 뉴욕 타임스에서 한국의 유력 정치인이 청동대불 시주자인 것처럼 보도한 것은 사실무근" 이라며 "시주를 약속한 사람은 평생을 독실한 불교신도로 살아 온 80대 남자 노인으로 개인사업을 하던 분" 이라고 밝혔다.

그는 "시주자가 익명을 원하기에 신상을 공개하지는 못하지만 정치와는 전혀 관계가 없는 사람" 이라고 덧붙였다.

뉴욕 타임스는 지난 6일 청동대불에 대한 보도에서 '시주자가 유력 정치인으로 널리 추정된다' '대불건립에 정치적 동기가 있어 보인다' 는 등의 표현으로 정치적 배경이 있음을 강하게 시사했다.

현종 스님은 "세민 스님이 해인사 주지로 부임, 해인사의 오랜 숙원인 신행공간 조성에 나서기로 마음 먹고 이같은 뜻을 시주자에게 전했다" 며 "30여년간 세민 스님과 알고 지내온 시주자가 '일생을 마감하는 뜻깊은 불사를 해보겠다' 는 마음에서 50억~60억원 가량을 기부하기로 결심했다" 고 설명했다.

그는 또 "시주자가 특별히 불상의 크기와 형식을 지정한 것은 아니며, 해인사의 신행공간 조성 등 대형불사에 써달라는 취지로 기부한 것이므로 대불의 크기나 모양 등은 여론수렴 과정을 거쳐 조정할 수 있다" 고 덧붙였다.

해인사는 뉴욕 타임스의 보도에 항의하고 정정을 요구하는 공식서한을 보낼 예정이다.

해인사는 대불의 크기와 모양 등을 재검토키로 하고 건축.환경전문가 등에게 자문해 놓았으며, 이들 전문가 의견과 일반 여론까지 감안해 새로운 마스터플랜을 만들어 공개할 방침이다.

오병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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