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증시·물가 등 하반기 경제지표 '절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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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올 들어 회복세를 보이던 실물경제지표들이 다시 좋지 않은 쪽으로 가고 있다. 지난해 11월 이후 기업의 설비투자는 계속 줄고 있고, 수출 감소세도 심상치 않다. 국내 소비가 다소 늘고 있지만 분위기를 바꿀 만한 정도는 아니다.

이에 따라 민간 경제연구소들은 최근 경기전망을 수정하면서 경기가 회복되는 시점이 일러야 4분기이고, 구조조정 등이 지연되면 내년 이후가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정부는 그래도 3분기 경기회복 가능성에 미련을 갖고 있다. 예산을 상반기로 당겨 쓴 효과 등이 나타나 3분기 5%대, 4분기 6%대의 성장으로 연간 4~5%의 성장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정부는 이같은 전망을 바탕으로 하반기에 추가적인 경기부양책을 쓰지 않고 기업과 서비스업에 대한 규제를 풀어 설비투자와 내수를 함께 촉진하겠다는 구상이다.

◇ 경기회복은 언제?=4분기가 되면 지표상으론 회복기미를 보일 것이다. 우선 지난해 9월 반도체 수출이 정점을 친 뒤 급감한 점을 감안할 때 9월께면 수출 감소폭이 줄어들 것이란 판단에서다. 성장률도 지난해 4분기부터 급락했기 때문에 1년 전 같은 분기와 비교해 산출하는 성장률은 상대적으로 나아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스닥 지수의 하락에서 보듯 미국의 경기회복이 늦어질 가능성이 크고, 국내 설비투자와 내수 움직임을 보면 회복 시기가 더욱 늦어질 가능성도 있다. 삼성경제연구소 홍순영 수석연구위원은 "4분기에 미국 경제가 살아난다고 해도 전통산업 위주일 가능성이 크다" 며 "반도체나 정보기술(IT)분야의 회복이 더딜 것으로 보여 국내 경제의 회복도 늦어질 것" 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기대를 걸고 있는 내수도 현 추세라면 연간 신장률이 1.7~2%에 머물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다른 해 내수 증가율이 성장률에는 못미쳐도 4% 수준을 유지한 점과 비교하면 절반에도 못미친다.

◇ 투자.소비 살릴 방법 없나=정부가 11일 갑자기 금융정책협의회를 열어 설비투자 촉진과 증시안정책을 마련한 것은 미국 증시 급락과 함께 국내 증시가 휘청거리고 실물 지표들이 나빠지고 있음을 의식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같은 정부 대책이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는 미지수다. 예컨대 설비투자가 부진한 것은 자금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경기에 대한 불확실성이 투자심리를 냉각시켰기 때문이다. 실제로 올 1~5월 중 은행의 시설자금 대출은 2천5백7억원에 불과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의 4분의 1 수준이며, 그나마 산업자원부의 수출기반 조성자금 등 정부 자금을 받아 대출한 것을 뺀 은행의 순수 시설자금 대출은 오히려 3백61억원이 줄었다. 산업은행의 시설자금 대출도 올 들어 5월까지 지난해보다 3천7백74억원이 감소했다.

투자심리를 살리려면 경기에 대한 불확실성을 제거하는 것이 시급하다. 현대투신의 외자유치와 대우자동차.서울은행 매각 등에 진전이 있어야 한다. 정부가 추진 중인 기업규제 완화는 과감하고 신속하게 이뤄져야 한다. 투자와 소비를 동시에 늘리기 위해 재정을 보다 신축적으로 운영하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송상훈.이상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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