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00억대 무기밀매 메넴 전대통령 기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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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카를로스 메넴(71)전 아르헨티나 대통령이 재직 중 저지른 무기밀매 혐의로 4일 정식 기소됐다.

하지만 지난 6월 7일 체포돼 가택연금 상태에 있는 메넴은 "나는 정치적 보복의 희생자" 라고 주장하며 혐의 사실을 완강히 부인하고 있다.

◇ 기소 이유=무기밀매사건을 수사 중인 아르헨티나 연방법원의 호르헤 우르소 수사담당판사는 "메넴이 1995년 내전 중인 크로아티아와 에콰도르에 무기수출을 금지한 국제협정을 위반하고 이들 국가에 무기를 몰래 내다 판 혐의가 드러났다" 며 "검찰의 요청을 받아들여 그를 기소했다" 고 밝혔다.

수사과정에서 메넴이 운영하던 불법조직이 내다 판 무기는 약 6천5백t분량(시가 약1천3백억원어치)에 이른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연방 검찰청의 카를로스 스토렐리 검사는 지난 달 27일 "메넴이 검찰신문에서는 묵비권을 행사했으나 사법당국에 제출한 서면진술서 등을 종합할 때 무기밀매 조직을 운영해 온 혐의가 인정된다" 며 기소를 요청했다.

이로써 이번 사건으로 기소된 전 정권의 고위 인사들은 메넴을 비롯, 메넴 전처의 동생인 에미르 요마 전 대통령 보좌관, 에르난 곤살레스 전 국방장관, 마르틴 발사 전 육군참모총장 등 네명으로 늘었다.

◇ 메넴 어떻게 되나=이날 우르소 판사는 기소와 별도로 미화 3백50만달러(약45억5천만원) 상당의 메넴 재산을 압류했다. 현지 언론은 메넴이 유죄를 선고 받을 경우 형법에 따라 5~10년의 징역형을 선고 받을 수 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70세를 넘은 죄수는 수감하지 않는다는 현지법에 따라 가택연금형에 처해질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지난 5월 말 35세 연하의 칠레TV 사회자와 재혼한 메넴의 신혼생활도 사실상 파경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dpa 등 외신은 이번 기소로 메넴의 정치적 재기는 불가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메넴은 퇴임 후에도 "2003년 대선에 다시 출마해 아르헨티나 경제를 되살리겠다" 며 대권에 미련을 보여왔다.

그러나 집권 말기의 경제난과 이번 무기밀매 사건으로 비난 여론이 들끓고 있어 정치적으론 생명이 끝났다는 게 현지 소식통들의 분석이다.

유권하 기자.외신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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