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과정평가원 김정호 박사 “학생들에게 시장 매커니즘 제대로 가르쳐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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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한마디로 공정한 시각을 길러주자는 거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 김정호(사진) 박사는 경제 교과서 개편 방향을 이렇게 정리했다. 그는 교육과학기술부가 2월 작성한 ‘경제교과서 집필 기준’의 연구 책임자다. 그는 집필 기준에 대해 “교사뿐 아니라 교과서 저자, 교육과정 개발자도 이 사회를 객관적이고 공정한 눈으로 볼 수 있도록 원칙을 제시한 것”이라며 “경제 교과서가 새로 나오면 반시장·반기업 정서, 지나친 윤리주의 같은 것들이 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경제 교과서 개편의 의의를 어디에서 찾나.

“그동안 정부의 규제와 역할이 지나치게 강조돼 왔다. 이를 적절히 조정해야 한다. 집필 기준은 시장경제의 효율성을 강조하되 문제가 있을 때는 정부 개입을 인정하도록 했다. 이때 도를 넘지 않도록 시장과 정부 역할의 합리적 분담이 중요하다는 쪽을 강조했다. 이전에는 ‘시장실패’를 엄청나게 강조했다. 가르치기는 해야 하지만, 그것이 큰 비중을 차지해서는 안 된다는 얘기다.”

-반기업 정서는 고질적 문제로 지적돼 왔다.

“학생들에게 시장 메커니즘을 제대로 가르쳐야 한다. 시장을 제대로 알게 되면 자연스레 기업에 대한 이해로 이어진다. 기업과 시장이 무조건 최고는 아니지만, 기업에 과도한 주문을 하기보다는 기업이 성장·발전할 수 있도록 하자는 정신이 집필 기준에 포함됐다.”

-금융 교육이 새로 도입된다는데.

“이번 개편의 가장 큰 변화는 처음으로 금융 교육을 도입했다는 것이다. 고령화 사회에 대비하기 위해 장기적으로 저축·투자·보험 등을 가르쳐야 한다. 개별 교과서에는 펀드 얘기도 나올 수 있을 거다. 국가 차원에서 돈벌이를 가르치자는 게 아니라 금융 선택을 합리적으로 하게끔 도와주자는 것이다.”

-우리 경제가 걸어온 길에 대한 평가도 입장에 따라 극명히 나뉜다.

“극과 극이었다. 완전 선(善)이거나, 완전 악(惡)이었다. 우리 경제의 성장과정은 최고였고 아무 문제 없었다는 시각도, 후진체제이자 종속체제라는 시각도 모두 문제다. 우리 경제가 발전해온 과정을 실증적인 데이터로 보여주면 자긍심도 갖게 되고, 비판의식도 갖게 될 것이다.”

-노동에 대한 관점도 강조된 것 같다.

“그동안 생산의 3요소나 노동생산성을 다룰 때 잠깐 언급된 정도다. 그러나 기업이 중요한 만큼 노동도 중요하다. 노동의 개념이 ‘한 기업에 들어가 평생 열심히 일한다’에서 바뀌고 있다. 이런 가운데 근로자로서 어떤 역할을 해야 할 것인지, 사회가 어떻게 인정해줘야 하는지 균형된 관점으로 보자는 것이다.”

권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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