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할 때 소리 없이 …‘강한 남자’ 추승균 KCC 구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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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중 5134명의 열기로 후텁지근한 전주 실내체육관이 “추승균”을 연호하는 소리로 들썩였다. KCC 추승균(36·1m90㎝·사진)은 플레이오프를 한 경기 더 뛸 때마다 새로운 역사를 쓰고 있다. 챔피언 결정전을 포함한 플레이오프 최다 경기 출장(93경기)을 비롯해 역대 플레이오프 최다 득점(1279점)을 기록 중이다. 또 프로농구 사상 최다인 네 차례 챔프전 우승 경험이 있다. 지난해에는 역대 최고령 챔프전 최우수선수(MVP)에 올랐다.

추승균을 앞세운 KCC가 4일 전주에서 열린 프로농구 챔프전(7전4선승제) 3차전에서 모비스를 89-78로 이겼다. KCC는 전날 울산에서 열린 2차전에서 77-83으로 져 2연패에 빠졌다가 반격의 1승에 성공했다. 추승균이 19득점·4리바운드로 맹활약했다.

추승균은 공격이 화려하진 않지만 찰거머리 수비와 정확한 미들슛을 갖춰 별명이 ‘소리 없이 강한 남자’다. 그런데 이번 시즌 그의 활약은 크게 눈에 띄지 않았다. 정규리그 평균 8.8득점에 그쳤고, 승부처에서 번번이 공격을 놓치는 모습을 보였다. 팬들은 “왜 허재 감독은 자꾸 노장 추승균을 고집하느냐”고 불만을 터뜨리기도 했다. 하지만 농구 전문가들의 말은 달랐다. 추일승 MBC ESPN 해설위원은 “추승균이 공격에서 튀지 않아도 수비에서 활약이 대단하다. 레더·존슨 등 외국인 선수가 수비에 구멍을 낼 때마다 이를 메워주면서 팀을 지휘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추승균은 팀이 챔프전 2연패에 몰린 4일 홈 경기 공격에서도 불을 뿜었다. 36-34로 팽팽하게 시작한 3쿼터 초반 함지훈의 수비를 달고 3점포를 성공시키며 파울까지 유도해 보너스 원샷을 얻어내는 장면이 압권이었다. KCC는 이 슛으로 40-36으로 달아났다. KCC는 3쿼터에 모비스의 추격을 피해 크게 앞서가며 승기를 굳혔는데, 추승균은 3쿼터에만 13득점을 기록했다.

수비에서도 추승균은 빛났다. KCC 수비는 모비스 포워드 함지훈을 막는 데 주력했다. 1쿼터에 아이반 존슨이 힘으로 함지훈을 상대했고, 2쿼터 이후에는 추승균과 강은식이 더블팀으로 함지훈을 압박했다. 1, 2차전 평균 20득점 이상을 올렸던 함지훈은 3차전에서 10점에 그쳤다.

추승균은 전날 울산에서 오후 경기를 치른 후 4일 전주에서 또 오후 경기를 뛰었다. 그는 “함지훈을 수비하는 게 힘들긴 하다. 나이도 있는데 체력 부담도 당연히 있다”고 얼굴을 찡그리면서도 “챔프전 경험이 많아 크게 긴장이 되지도 않는다. 집중력 싸움에서 우리가 이길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4차전은 7일 전주에서 열린다.

전주=이은경 기자

◆챔피언결정전 3차전 전적

KCC(1승2패) 89-78 모비스(2승1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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