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계속 지지하는 한 북한 급변사태는 없을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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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미국 워싱턴을 방문 중인 황장엽(87·사진) 전 북한 노동당 비서는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중국이 (북한을) 계속 지지하는 한 북한의 급변사태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1997년 남한으로 망명한 황씨는 이날 미국의 싱크탱크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초청 강연에서 이같이 밝혔다. 그의 이번 미국 방문은 2003년 이후 7년 만에 두 번째로 이뤄진 것이다.

그는 강연에서 “현재 북한에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반대할 만한 큰 세력이 없으며, 북한 체제 내부 분열을 기대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그는 “만약 분열이 일어나면 (앞장설 세력은) 군대”라며 “한참 공부할 나이에 10~13년씩 군에서 고생하다 보니 아무리 세뇌해도 원한이 사무쳐 있다”고 덧붙였다.

80대 후반인 황씨는 귀가 좋지 않아 질문을 알아듣는 데 어려움을 겪었을 뿐 비교적 건강한 모습이었다. 그는 “세계적으론 냉전이 끝났지만 북한은 핵무기와 미사일을 갖고 있어 더 심각한 상태가 됐다”며 “국방력을 키우고 한·미 동맹을 강화해 김정일 집단의 공격을 견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황씨는 “군사력에 의지해 북한 문제를 해결할 필요 없이 사상전·경제전·외교전을 벌이는 게 중요하다”며 “한국이 미국과 일본, 중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다면 큰 정치적 무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북한 정권의 명맥을 장악하고 있는 것은 중국”이라며 “중국에 북한을 중국식으로 개방하도록 유도하고, 수령 개인 독재를 없애고 시장경제를 도입하라고 촉구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황씨의 강연장에 대거 배치된 한·미 정보 당국 소속 요원들은 강도 높은 경호를 펼쳤다. 
워싱턴=김정욱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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