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미녀 행세 'e메일 사기'기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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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교제 알선 사이트인 '매치(match) 닷컴'에 개인 광고를 냈던 미국 펜실베이니아주의 스티븐 래머는 지난 6월 러시아 카프카스에 거주하는 나데스바 메드베데바라는 여성으로부터 e-메일을 받았다. 그녀는 자신을 소아 치과의사라고 소개하며 러시아 예술과 문학을 화제 삼아 자신의 교양 수준을 내비쳤다.

온라인을 통해 비키니 차림의 메드베데바의 사진까지 받은 래머는 이국의 미녀와 결혼하는 낭만적인 환상에 젖어들었다.

10여통의 e-메일이 오간 뒤 이 여성은 "당신 없이는 살 수 없다"며 사랑을 고백했다. 온라인 사랑이 절정에 달하는 순간이었다. 이 여성은 휴가를 내 미국으로 찾아오겠다면서 부족한 여비 300달러(35만원)를 보태달라고 메일을 보냈다. 애인을 만날 기대감에 부풀어 래머는 이 액수를 바로 송금했다. 하지만 그것으로 마지막이었다.

미혼의 러시아 미녀를 가장해 미국.호주.뉴질랜드 등 국가의 미혼남으로부터 돈을 뜯어내는 신종 사기가 러시아에서 기승을 부리고 있다고 뉴욕타임스가 3일 보도했다. 모스크바 주재 미 대사관 관계자는 "온라인 사기를 당한 미국 남성들로부터 거의 하루도 빠짐없이 메일로 사귄 여성들을 찾아달라는 호소 전화가 걸려온다"면서 "피해액이 1만달러에 달하는 경우도 적잖다"고 전했다.

정용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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