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 시조 백일장 5월] 심사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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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지상백일장은 현대시조의 저변 확대와 발전을 위해 마련되었다.

굳이 '현대시조' 를 내세우는 것은 명칭이 갖는 '현대성' 과 '시조성' 을 짚어보아야 할 필요에서다. '시조성' 이라 함은 전통 계승의 문제이고, '현대성' 이라 함은 현대인의 미의식을 담아낼 수 있어야 한다는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조성' 에 치우친 나머지 띄어쓰기조차 무시한다거나 고시조의 어법을 흉내낸 투고작이 많다. 더욱 심각한 것은 시조형식에 대한 이해없이 시조를 쓴다는 것. 현대시조집을 교과서처럼 여기시길 먼저 당부드린다.

이 달의 장원은 김보영의 '스크래치' 가 차지했다. 누구에게나 미술시간에 잎맥이 도드라진 낙엽 위에 색종이를 올려 놓고 4B연필로 문질러 무늬를 내던 추억이 있을 게다.

'쉼없이 스치다가 무뎌지는 연필 끝' 으로부터 부드러운 선으로 날아오르는 새를 보여주는 김보영은 시조성과 현대성을 잘 아우르는 힘이 있다.

차상은 기교가 우세한 김기철의 '난곡, 개나리꽃 피어나다' 에 돌아갔다. 달동네의 봄을 묘사한 이 시조는 평시조보다는 사설시조에 어울리는 말투다. 평시조가 전아(典雅)한 아름다움을 담는 형식이라면, 사설시조는 직설.폭로.비속함.참신함 등으로 시정의 세속적 욕망을 담아내는 형식이기 때문이다.

차하는 우은진의 '별' 이 차지했다. 학생들은 이 시조를 모범 삼아 습작하는 것도 좋겠다. 많이 읽고, 많이 생각하고, 많이 쓰는 것이 신선한 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지름길이다.

<심사위원 : 윤금초.홍성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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