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헌 사생활 협박, 강병규가 주도한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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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서울중앙지검은 전 여자친구와의 관계를 폭로하겠다며 탤런트 이병헌(40)씨에게 금품을 요구한 혐의(공갈 등)로 방송인 강병규(37·사진)씨와 강씨의 여자친구 최모(31)씨를 19일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은 강씨에게 드라마 촬영장에서 폭력을 행사한 혐의(폭행 등)도 적용했다. 이씨의 전 여자친구 권모(22)씨는 기소중지했다. 그는 지난해 12월 캐나다로 출국했다. 검찰은 상습도박 혐의로 고발된 이씨에 대해선 무혐의 처분하고 사건을 종결했다. 검찰의 수사 결과를 토대로 유명 연예인들이 연루된 이 사건의 전말을 재구성했다.

◆발단=2008년 9월 당시 캐나다 토론토 영화제에 참석한 이씨는 리포터로 자신을 취재하러 온 권씨와 처음 알게 됐다. 캐나다 동포인 권씨는 리듬체조 선수로도 활동했다. 연인 사이로 발전한 두 사람은 지난해 4월 이씨의 후원자인 권모 회장과 미국 라스베이거스 MGM호텔에서 만나기도 했다.

권씨는 지난해 7월 캐나다 생활을 정리하고 국내에서 체조선수 생활을 하기 위해 입국했다. 권씨는 “권 회장이 ‘제2의 김연아로 키워주겠다’며 후원을 약속했다”고 했다. 그러나 9월 권 회장의 후원이 중단되고 이씨와도 연락이 잘 안 됐다.

권씨는 강씨와 그의 여자친구 최씨에게 불만을 털어놓았다. 이들은 이씨로부터 연애 사실을 폭로하지 않는 조건으로 합의금을 받아내자고 공모했다고 검찰은 밝혔다. 권씨는 이씨에게 자신과 사귄 사실을 언론에 알리겠다고 협박했다. 그리고 “한국에서 살려니 학교도 가야 하고 집이나 차도 필요하다”며 돈을 요구했지만 거절당했다. 양 측 변호인 간에 협상을 하면서 합의금이 20억원까지 제시됐으나 무산된 것으로 알려졌다.

◆고소와 폭행=권씨는 지난해 12월 “이씨의 결혼 유혹에 속아 잠자리를 함께 해 정신적·육체적 피해를 봤다”며 1억원의 손해배상소송을 냈다. 권씨는 또 “이씨가 캐나다와 미국에서 상습적으로 도박을 했다”며 그를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이에 이씨는 “권씨 측이 협박·금품요구를 했다”며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또 권씨를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권씨와 함께 자신을 협박한 혐의로 강씨도 고소했다.

강씨는 드라마 ‘아이리스’ 제작자인 정태원(45)씨가 “권씨 배후에 강병규가 있다”는 소문을 퍼뜨린 장본인이라고 지목했다. 감정싸움이 격해지자 탤런트 김승우는 지난해 12월 14일 오전 12시20분 강씨를 촬영장으로 불렀다. 정씨와 화해시키기 위한 목적이었다. 하지만 말다툼이 격해졌다. 강씨는 촬영장에 있던 좌모(35)씨 등을 때려 상처를 입혔다. 격분한 좌씨는 야구방망이로 강씨를 폭행했다. 김모(34)씨와 전모(41)씨가 이를 도왔다. 수적으로 불리해진 강씨는 평소 친하게 지내던 장모(49)씨를 불렀다. 이들은 함께 좌씨 등에게 폭력을 휘둘렀다.

권씨는 지난해 12월 15일 비자 만료를 이유로 캐나다로 떠났다. 권씨는 캐나다에서 “강씨가 주도적으로 범행을 이끌었다”는 내용의 e-메일을 수사팀으로 보냈다. 강씨는 “권씨가 사정이 딱해 도와줬을 뿐인데 억울하다”고 해명했다. 강씨는 곧 이씨에 대해 명예훼손·무고 혐의로 고소하겠다고 말했다.

이철재·홍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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