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박노항 수사를 주시한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병역비리의 몸통으로 알려졌던 박노항(朴魯恒)원사가 도피 3년여 만에 검거돼 수사 결과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朴원사의 검거는 병역비리 합동수사본부가 해체된 후에도 추적반을 계속 가동해 붙잡았다는 점에서 평가받을 만하다.

또 朴원사의 도피를 이유로 병역비리 수사가 몇년씩이나 제자리걸음 한 부분이 많았다는 점에서 그의 검거는 파묻힐 뻔했던 '몸통' 병역비리를 파헤치는 계기가 돼야 한다.

국민이 병역비리 수사에 대해 다른 사건보다 각별하게 관심을 갖는 것은 한 마디로 사회 지도층 인사 자녀들의 병역특혜.불평등 의혹 때문이다. 서민들 사이에서는 '유권(有權)면제' '유전(有錢)면제' 라는 말이 심심찮게 나돌았고 그동안 수사에서 일부나마 사실로 드러나 충격을 주기도 했다.

모든 사건이 그렇겠지만 특히 이번 병역비리 수사는 성역없는 수사, 외압에서의 독립이 그 핵심이다. 그동안 몇차례 병역비리 수사가 대규모로 진행됐지만 한번도 시원스레 파헤치지 못하고 석연찮게 마무리되는 바람에 오히려 불신을 증폭시켜 놓았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해 총선 직전에는 야당을 중심으로 정치인 54명에 대한 병역비리 의혹 제기와 함께 검.군 합동의 대대적인 수사를 예고해 놓고 겨우 한나라당 김태호(金泰鎬)의원 한 명의 기소에 그쳐 정치적 목적의 병풍(兵風)이었다는 비난을 받은 적이 있다.

이 때문인지 벌써부터 야당에서는 朴원사 검거를 '기획수사' 라며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모든 사건을 음모론적 시각에서 접근하는 것은 옳지 않지만 이같은 야당의 주장이 바로 그동안 수사가 국민 신뢰를 받지 못한 데 따른 자업자득이란 점도 수사팀은 명심해야 한다.

그러므로 앞으로의 병역비리 수사는 투명성과 형평성이 생명이다. 특히 정치인을 비롯한 사회 지도층 인사 관련 부분은 보다 철저하게 파헤치고 누구나 공감할 수 있도록 엄정하게 처리돼야 한다. 아울러 朴원사의 도피 과정이나 배후 비호 세력에 대한 수사도 게을리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