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 마당] 부모가 벚꽃꺾기 아이가 뭘 보고 배우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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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휴일을 맞아 가족과 경주로 나들이를 갔다 왔다. 사람들의 행복한 모습이 활짝 핀 꽃만큼이나 아름답다고 생각하며 대능원 돌담길을 따라 걷고 있는데 눈 앞에서 벌어지는 어이없는 광경에 깜짝 놀랐다.

한 아이의 엄마가 손가락으로 벚꽃가지 이쪽 저쪽을 가리키자 남편은 아내의 지시에 따라 만개한 벚꽃가지 하나를 뚝 부러뜨리는 것이 아닌가.

그러고는 대단한 일이라도 한 듯 의기양양한 모습으로 꺾은 꽃가지를 아이에게 건네줬다. 아이는 꽃가지를 들고 사진도 찍고 냄새도 맡아보고 이리저리 흔들더니 눈이 온다며 꽃잎들을 다 훑어낸 다음에 바닥에 던져 버렸다.

어이가 없었다. 아이가 꺾어 달라고 떼를 써도 안되는 이유를 잘 설명해주며 말려야 할 텐데 부모가 그런 모습을 보이니 아이도 당연하게 생각하는 것 같았다. 풀 한포기.벌레 한마리도 소중히 여겨 함부로 다루지 않는 것은 작지만 중요한 일이다. 이런 기본적인 것들을 가르치는 것은 부모의 몫이다.

이동희.대구시 동구 지저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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