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한 정부 '대우차 폭력 진압' 에 고개숙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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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17일 경찰의 대우자동차 노조원 과잉진압 사태에 "참으로 유감" "뭐라고 말할 수 없는 심정" 이라며 강한 표현을 동원했다.

金대통령은 대우사태와 관련해 민주노총.경찰이 만든 비디오를 모두 살펴보고 평화적 시위문화를 만들어보려던 그동안의 노력이 무산되는 것 같은 장면에 개탄했다고 한다.

청와대 한 관계자는 "강한 정부를 주장한 이후 의원 빼가기, 언론사 세무조사, 노조원 폭력진압 등이 부각돼 부담스럽다" 고 말했다.

더구나 민주노총의 전면적인 홍보전이 민심이반 요인이 되는 데다 노동계의 '춘투(春鬪)' 를 격화시킬 수 있다고 그는 지적했다.

이에 따라 金대통령은 먼저 정부측의 잘못을 인정하는 것으로 수습의 가닥을 잡았다.

강한 유감 표명으로 정치문제로 비화하는 것을 막으려는 생각이라고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전했다. 이 관계자는 "이 문제를 여의도(국회)에서 대우자동차 공장으로 돌려보내야 한다" 고 말했다. 金대통령의 최대 고민은 경제가 살아나지 않는 것이라고 한다.

경제 회복을 뒷받침할 외국인 투자도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 정부와 노동계가 감정 대립을 하고, 과격.폭력시위로 이어질 경우 경제상황은 더욱 어려워진다는 판단이다.

동시에 金대통령은 "(경찰의 과잉진압에)사정이 있었던 것을 알고 있다" 며 양비론을 취했다. 이날 민주당 당4역 회의에서 김중권(金重權)대표도 "불법시위에 대한 경찰의 법 집행은 당연하다" 고 말했다. 그러나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총재는 "경찰이 개패듯 폭력을 행사했다" 며 "정권의 도덕성을 바로잡아야 한다" 고 공세의 고삐를 늦추지 않아 진통이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김진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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