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주일대사 소환, 외교마찰은 피해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정부가 어제 최상룡(崔相龍)주일대사를 소환키로 결정했다. 명목상 '업무협의차 일시 귀국' 으로 돼 있지만 일본의 역사교과서 왜곡에 대한 정부의 외교적 대응임은 두말할 나위 없다.

정상적 외교관계를 맺고 있는 국가간에 대사소환은 여간해선 택하기 어려운 강경한 조치다. 미국과 중국은 정찰기와 전투기 공중 충돌 사태로 심각한 갈등을 겪으면서도 대사소환까지는 가지 않고 있다.

우리는 미래지향적 선린.우호관계를 표방하고 있는 한.일간에 대사소환이라는 상황까지 간 작금의 사태를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 하지만 한국 정부로서는 불가피한 선택임을 이해한다. 침략을 미화하고 만행을 축소.은폐한 교과서가 일본 정부 검정을 통과한 데 대한 국민 감정이 들끓고 있다.

또 정부의 미온적 대응을 질타하는 목소리가 드높다. 외교적 측면을 고려해 신중하게 대응수위를 조절해야 하는 정부로서도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었을 것으로 본다.

다만 우려되는 것은 이번 대사소환 결정에 일본이 맞대응해 본격적인 외교마찰로 비화할 가능성이다. 만일 일본이 주한 일본대사 소환으로 똑같이 대응할 경우 양국간 외교마찰은 걷잡을 수 없는 상황으로 치달을 것이다.

일본 정부는 역지사지(易地思之)의 입장에서 한국 정부가 이런 어려운 선택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냉정하게 바라봐야 한다. 맞대응을 자제하고 교과서 문제에 대해 뭔가 성의있는 조치를 내놓아야 한다. 그것만이 이 문제로 양국관계가 파국으로 치닫는 불행한 사태를 막는 유일한 길임을 일본 정부는 명심해야 한다.

정부의 소환결정에 앞서 어제 주일대사는 일본 정부 당국을 방문, 항의를 표시했다. 정부는 또 제네바에서 열리고 있는 유엔인권위에서도 교과서 왜곡 문제를 제기해 국제사회에 관심과 주의를 환기시킬 방침이라고 한다. 우리는 정부의 대응을 주목하면서 한.일 국교정상화 이후 세번째인 이번 대사소환 조치가 양국관계를 더이상 악화시키지 않으면서 교과서 문제를 해결하는 실마리가 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