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 2호골 지성, 잘 차고 잘 막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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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챔피언스리그의 사나이’였다.

박지성이 AC밀란과의 챔피언스리그 16강전에서 골을 넣은 뒤 주먹을 불끈 쥐며 환호하고 있다. [맨체스터 AFP=연합뉴스]

박지성(29·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 11일(한국시간) 영국 맨체스터 올드 트래퍼드에서 벌어진 AC밀란(이탈리아)과의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16강 2차전에서 쐐기골을 넣는 등 맹활약했다. 4-0 완승을 거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1·2차전을 모두 이기며 8강에 진출했다.

박지성은 팀이 2-0으로 앞서던 후반 14분 승부에 쐐기를 박는 추가골을 터뜨렸다. 첫 터치는 좋지 않았다. 박지성은 페널티박스 오른쪽에서 골대를 등지고 스콜스의 패스를 받았는데 턴 하는 순간 볼은 3~4m나 앞으로 흘렀다. 수비수들도 달려들었다. 하지만 박지성의 후속 동작이 훨씬 빨랐다. 볼을 향해 내달린 박지성은 슬라이딩하며 오른발로 슈팅했고 볼은 왼쪽 골포스트를 스치며 골망을 흔들었다. 시즌 2호 골. 박지성의 골 결정력이 향상됐음을 알 수 있는 장면이었다.

알렉스 퍼거슨 맨유 감독은 AC밀란의 걸출한 미드필더 안드레아 피를로(31·이탈리아) 봉쇄 임무를 박지성에게 맡겼다. 박지성이 측면이 아닌 중앙 미드필더로 나선 이유도 이 때문이다.

박지성은 11.879㎞를 뛰며 피를로를 꽁꽁 묶었다. 1차전 때도 12.113㎞를 뛰며 피를로의 발을 무디게 했던 박지성이었다. 영국 최고의 칼럼니스트로 꼽히는 텔레그래프의 헨리 윈터 기자는 “1·2차전에서 피를로의 활약이 미미했던 것은 박지성의 완벽한 수비 덕분이다”고 박지성을 칭찬했다. 지역지 맨체스터 이브닝뉴스는 “피를로를 완전히 잠재웠다”며 박지성에게 평점 8점을 줬다.

공수에서 퍼거슨 감독에게 강한 인상을 남긴 박지성은 앞으로 꾸준한 출전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남아공 월드컵 개막이 불과 3개월 앞으로 다가왔기에 정기적인 출전을 통한 실전 감각 유지는 박지성은 물론 한국 대표팀에 아주 중요한 부분이다. 박지성의 맹활약 소식에 허정무 감독이 미소 짓는 것도 이 때문이다.

김종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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