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국방장관 대미 강경파 임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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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8일 대통령 취임 이후 최대 규모의 개각을 단행, 자신의 측근이며 대미 강경노선을 주도해온 세르게이 이바노프(48.사진)국가안보회의 서기를 국방장관에 임명했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이바노프 신임 국방장관은 옛 소련이 해체된 이후 임명된 첫번째 민간인 국방장관이다. 푸틴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소련 국가보안위원회(KGB) 출신이며 영어에 능통한 이바노프 신임 장관은 푸틴 집권 이후 러시아에서 사실상 2인자 역할을 해왔다. 또 그가 이끌던 국가안보회의는 외교.국방분야에서 막강한 권력을 행사해 왔다.

이바노프의 국방장관 임명은 최근 미국의 국가미사일방위(NMD)계획과 양국 외교관 추방 등으로 미국과 러시아 관계가 냉각되고 있는 가운데 이뤄진 것이어서 주목된다.

AP통신은 푸틴 대통령이 민간인 국방장관 임명에 대해 "군의 개혁과 현대화를 위해서는 민간인 국방장관의 임명이 당연한 귀결" 이라고 말한 것으로 보도했다. AP통신은 국방차관에 여성인 류보비 쿠젤리나 전 재무차관이 임명된 것도 새로운 시도라고 지적했다.

푸틴은 또 러시아 경찰을 총괄하는 내무장관에 보리스 그리즐로프(48)단합당 당수를 임명했다. 이로써 푸틴은 옐친 전 대통령으로부터 물려받은 내각을 일신하고 가장 중요한 국방과 내무장관에 자신의 측근들을 포진했다고 AP통신은 보도했다.

푸틴은 이번 개각이 지난주 체첸반군의 폭탄테러로 23명이 숨진 것과 관련이 있다고 밝혀 향후 체첸반군에 대한 대대적인 소탕작전에 들어갈 것임을 암시했다.

푸틴 대통령은 이와 함께 블라디미르 류샤일로(48)내무장관을 국가안보회의 서기로, 알렉산드르 루미안체프 쿠르차토프 핵 연구소 책임자를 원자력부 장관에 임명했다.

미하일 프라드코프(50)전 연방이민부 장관은 국세장관에 임명됐다. 러시아 군의 개혁 실패와 사기저하에 대한 책임을 지고 물러난 이고리 세르게예프 전 국방장관은 국가 안보와 관련된 대통령 행정실(크렘린)내의 국을 담당할 것으로 알려졌다.

김종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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