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넘치는 노인대학 졸업식 화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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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21일 오후 2시 서울 회기동 경희대 종합강의동 지하 강당.

학사모를 쓴 할아버지.할머니 1백1명이 입구에서 같은 숫자의 경희여중생들로부터 졸업 축하 꽃다발을 받았다.

노인들은 지난해 4월부터 경희여중 음악실에서 매주 수요일 두시간씩 건강과 교양 강의를 들은 '경희 밝은사회 교양대학' 학생들. 모두 60세 이상이다. 여학생들은 1년 전 이들의 입학식 때 1대 1로 결연을 한 의손녀들이다.

두 학교는 1995년부터 '의조부모-의손녀' 맺기를 해왔다. 두어세대의 벽을 넘어 서로 격려와 정을 주고받는 모습들이 6년 동안 계속된 것.

"할머니, 공부 열심히 하고 자주 연락드릴게요. " "섭섭하네. 하진이 예쁜 얼굴 자주 볼 수 있을까. "

고임례(74)할머니는 지방에서 일하는 부모님 대신 혼자 서울에서 친할머니를 모시고 사는 김하진(2년)양에게 이날 "학비를 대주마" 라고 약속했다.

12년 전에 이어 이날 여기서 두번째로 학사모를 쓴 이두진(81)할아버지는 "그때는 이렇게 예쁜 손녀들이 없었는데, 다음에 기회가 되면 다시 입학하고 싶다" 고 했다. 지난 한해 그의 의손녀였던 강우경(3년)양은 "할아버지께 이런저런 재미있는 상식들을 많이 배웠다" 며 이별을 섭섭해 했다.

경희여중 이재영(57)교장은 "결연을 시작하면서 학생들의 어른 공경 태도가 눈에 띄게 갖춰지고 있다" 고 대견해 했다.

강병철 기자

사진=장문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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