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5기 왕위전] 박정상-서봉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6면

朴초단, 패배 인정하면서도 아쉬운 표정

제10보(180-211)=朴초단은 전보 상변에서 승부의 마지막 기회를 놓쳤다. 흑▲ 석점을 거저 잡으며 막판에 맹렬하게 추격해갈 때는 행운의 여신이란 역시 젊은이 편인가보다 싶었으나 흑⊙의 요소를 거꾸로 막히면서 백의 기세도 찬물을 부은듯 사그러들고 말았다.

밤8시가 넘은 늦은 시각,지친 대국장은 이제 초읽는 소리만 들려올 뿐 적막하기만 하다.양쪽에서 제한시간 4시간씩을 다 쓰고 초읽기로 또 2시간 여를 보냈으니 자그마치 10시간.참으로 바둑 한판에 하루를 꼬박 보냈다.이제는 관전하던 프로들도 모두 떠났고 바로 옆방 편집부의 기자들도 대부분 퇴근했다.한 기자가 묻는다.

"徐9단이 참 열심이지요? 저렇게 어린 친구들한테도 쉽지 않은가 봐요."

박정상초단이라.徐9단에게 물어보니 누군지 몰라 머리를 긁고 있었다. 그렇지만 徐9단은 솜털이 보송보송한 17세 소년과의 대국에서 방심은 커녕 시종일관 힘을 다했다. 등산을 열심히 다니고 골프를 배우면서 전보다 체력이 좋아진 탓인지 집중력에서도 그리 밀리지 않았다.

바둑은 다시 반면 10집 언저리로 차이가 벌어졌고 특별히 어려운 곳도 없어 빠른 속도로 마무리되어가고 있었다.

朴초단은 물론 패배를 알고있다. 그래도 아쉬운듯 틈틈히 계산을 해보다가 얼굴을 붉히곤 하는 모습이 안쓰럽다. 던진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난생 처음 올라온 본선리그이고 상대는 평소 하늘같이 알아왔던 서봉수9단인지라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한다는 마음 뿐이었다고 한다.

朴초단은 1분 초읽기 10개중 9개를 쓰고 마지막 1분으로 100여수를 버텼고 徐9단은 10개중 7개를 쓰고 3개가 남아 비교적 여유가 있었다. 이판은 2백86수에서 끝나 계가를 하니 흑이 3집반을 이기고 있었다.

박치문 전문위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