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 장유고 등 졸속 개교 강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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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9일 오전 경남 김해 장유신도시 장유고 운동장.4백2명의 신입생 입학식이 뒤늦게 열렸다.

운동장 곳곳에 건축자재가 늘려 있고 교실 건물 외벽에는 인부들이 일하기 편리하도록 만든 비계가 그대로 설치돼 있다.

4층 건물의 2층까지만 완공됐고 3∼4층은 창문만 끼어져 있을 뿐 외벽 공사가 한창이다.신축공사가 마무리 안돼 입학식을 일부러 며칠 늦췄지만 교정은 여전히 어수선했다.

학부모 金모(47 ·여)씨는 “학생들이 오가다가 다치지 않을까 걱정이다”며 “어떻게 이런 상태서 개교를 하는지 모르겠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8일 입학식을 가진 창원 사파고 사정도 비슷하다.건물 앞면 외벽공사만 끝냈을 뿐 운동장에는 흙더미가 그대로 남아있다.체육관 공사는 8월 말쯤 완공될 예정이어서 학생들은 5개월 동안 소음에 시달려야 할 형편이다.

김해 경운중은 지난 6일 입학식을 가졌지만 신축공사 마무리가 안돼 11학급 4백51명의 학생이 7백m쯤 떨어진 구산초등학교에서 더부살이 수업을 하고있다.

교장실 ·교무실 등을 절반씩 나누고 실험실 등을 교실로 개조해 ‘한지붕 두 살림’을 하느라 초등학생과 중학생이 함께 불편을 겪고 있다.

5일 입학식을 치른 창원 대암초등학교는 조경공사를 마무리하지 못했으며 창원 팔룡중도 공사가 늦어져 9일 겨우 입학식을 가졌다.

경남지역서 올해 개교한 고교 2곳,중학교 4곳,초등학교 3곳 등 9개 교 모두 입학식 이후에도 공사를 하고 있다.

부산 영도초등학교는 내년에 폐교되는 인근 초등학생(10학급 2백60명)을 올해부터 수용했으나 교실 증축공사가 마무리되지 않아 15학급 5백56명이 인근 영선초등학교에서 더부살이 수업을 하고 있다.증축 중인 건물 4층의 교실 4개는 시의회에서 예산이 삭감되는 바람에 지난해 12월부터 공사가 중단됐다.

3월 개교 예정이던 울산시 남구 옥동 벽동초등학교는 공사를 늦게 시작해 한 학기 늦은 9월 개교할 예정이다.

이 때문에 옥동 삼익 ·서광아파트 학생들이 몰린 옥동초등은 전교생 2천6백44명(50학급),옥서초등은 전교생 2천39명(49학급)이 한 학급 47명씩 콩나물 수업을 하고 있다.

울주군 온양읍 대운초등학교는 학교부지 안 문화재 발굴로 공사가 지연돼 개교를 내년 3월로 연기돼 인근 온양초등학교는 학급당 학생이 53명이나 된다.

전교조 경남지부 이민제(李民帝 ·40)정책실장은 “해마다 신학기만 되면 반복되는 졸속 개교를 근본적으로 없애기 위해서는 교실이 완공되기 전에는 개교를 할 수 없도록 학교시설기준령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남도교육청 관계자는 “교육부의 예산배정이 늦어진 데다 학교부지 매입에 어려움이 있어 공사가 제때 마무리 되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허상천 ·김상진 ·김관종 기자

사진=송봉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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