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카지노 의혹 정부가 밝혀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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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서울 강남구 삼성동 오크우드 호텔 내 카지노 시설 공사를 둘러싸고 갖가지 의혹과 소문이 잇따르자 감사원이 사실 확인 작업에 나섰다고 한다. 국회 문화관광위 소속 야당 의원들도 어제 오후 공사 현장을 찾아 의혹 사항들에 대한 현장조사를 벌였다.

이번 의혹은 호텔 사업주인 한무컨벤션이 사업허가도 받지 않은 상태에서 6층 규모의 부속 건물 두 개층에 카지노 시설 공사를 거의 마무리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제기되기 시작했다. 한무컨벤션측은 허가가 날 것에 대비해 시공한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지만 인테리어.시설비 등에 최소 수십억원이 소요된다는 점에서 쉽게 납득되지 않는다.

컨벤션센터 부대 시설에도 카지노를 허가할 수 있도록 관광진흥법이 개정된 경위 역시 아리송하다. 한무컨벤션이 아셈컨벤션센터 부속 건물인 컨벤션 어넥스를 신축한 것은 1998년 2월이었다.

이때까지는 관광특구 내 특1급 호텔에만 카지노를 열 수 있게 돼 있었다. 그러나 같은 해 12월 법이 바뀌었으니 법 개정과 이 업체의 카지노 사업 진출 사이에 아무 연관성이 없다는 말을 액면 그대로 믿을 수 있겠는가.

또 컨벤션 어넥스의 건물 용도에 당초 허가(업무.판매시설)와 달리 99년 8월 '위락시설용' 이 추가된 것도 의심스럽다. 위락시설은 사업승인만 받으면 언제든지 카지노가 들어설 수 있기 때문이다.

오크우드 호텔 자체도 99년 11월 사무실 전용건물(오피스텔)에서 호텔로 용도변경된 데다 이 무렵 산업은행으로부터 7백여억원의 대출 승인을 받았다고 한다.

카지노 사업은 흔히 '황금알을 낳는 거위' 로 불린다. 전국 13개 외국인 전용 카지노의 지난해 매출액이 3천4백억원에 이르고 내국인 출입이 가능한 정선 카지노도 두달간 4백12억원을 벌었다. 그럼에도 94년 이후 외국인 전용 카지노가 허가되지 않았다.

그만큼 업자들의 이권 다툼과 로비전이 치열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감사원은 의혹들을 철저히 조사해 국민에게 공개해야 한다. 감사원 조사 결과 범죄 단서가 드러난다면 즉각 검찰이 수사권을 발동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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