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인천신공항 안전이 먼저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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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개항(開港)을 눈앞에 두고 인천국제공항의 문제점들이 잇따라 드러나고 있다. 열악한 도로시설 등 이미 수차 지적된 문제 외에 잦은 안개도 예상치 못했던 골칫거리로 등장했다.

이런 주변 여건의 문제도 문제지만 최근 시험 운영에서는 수하물 처리 시스템(BHS)과 폭발물 감지 장치.비행정보 전광판 등 승객 안전과 공항 운영에 필수적인 장비.시스템들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것으로 밝혀져 우려를 더하고 있다.

건설교통부나 공사측은 원인이 밝혀졌으며 오는 29일 개항 전에 오류가 해결될 것이라고 강조한다. 그러나 이런 안전 관련 시스템의 이상은 자칫 화물뿐 아니라 인명에까지 치명적인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점에서 결코 가볍게 생각해서는 안된다.

외국 항공사들은 진작부터 인천공항의 수하물 처리 능력에 문제를 제기해 왔다. 이런 판에 시스템까지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승객.항공기의 정상 입출국에 지장을 주고, 귀중품이 엉뚱한 곳으로 가 엄청난 손해배상 소송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도 생각해야 한다.

따라서 철저한 점검과 완벽한 예행 연습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완벽하게 준비했다던 홍콩 첵랍콕 공항이 1998년 6월 개항 때 BHS 오류로 수개월간 엄청난 혼란을 빚은 전례를 보지 않았는가.

만의 하나 예정일 안에 고치기 어려운 문제가 드러날 경우 절대 이를 은폐하거나 무리하게 서둘러서는 안된다. 책임을 모면하려다 더 큰 손실과 국제 망신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 덴버공항의 경우 BHS 결함이 드러나자 개항을 1년여 미루기도 했다. 아울러 도로와 숙박.편의 시설의 확충도 화급한 사안이다. 오가는 데 7만~8만원이나 드는 통행 비용도 문제지만, 만약 유일한 교통망인 인천국제공항 고속도로에 문제가 생기면 공항의 정상 운영이 사실상 마비될 수 있다.

최대 현안인 열악한 재무구조와 빚 문제 해결에는 정부도 적극성을 보여야 한다. 수익에 급급해 공항을 무리하게 운용하다 승객과 항공기의 안전에 문제가 발생하면 공항의 국제 신인도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게 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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