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공영언론의 자기반성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언론사 세무조사가 언론탄압이냐 아니냐를 두고 여야가 연일 치열하게 격돌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한나라당 언론장악저지특별위원회는 20일 당 원내 대책회의에서 "KBS.MBC.YTN.연합뉴스.대한매일 등 5개 공영 언론에 대한 개혁을 강력하게 추진하겠다" 고 했다.

한나라당은 현재 이 5개 공영 언론의 사장이 모두 호남 출신이며, 방송위원회 9명 중 7명, 상임위원회 5명 중 4명이 친여(親與)인사라는 점을 들어 편중 인사라고 비판하고 공영 언론 개혁을 위한 구체적 방안을 특위에서 마련할 것임을 밝혔다.

이 위원회는 지난 6일에도 "개혁이 필요한 곳은 언론 본연의 비판 기능과 공정보도를 결여하고 있는 공영매체다. 방송 개혁 없이 언론 개혁이 될 수 없다" 며 공영 방송의 개혁을 위한 방송법 개정과 언론자유 신장을 위한 제도 개선에 나설 것을 천명한 바 있다.

한나라당은 그간 국민의 정부가 언론 개혁이란 이름 아래 이들 공영 언론을 내세워 이른바 '비판 언론 재갈 물리기' 를 진행하고 있다는 의혹을 계속 제기해 왔던 만큼 이들에 대한 개혁 주장이 새삼스러운 것은 아니다.

그러나 지금은 언론 개혁이 사회적 화두가 돼 있는 시점이다. 김대중 대통령의 언론 개혁 발언 이후 공영 언론 매체들이 취해온 행태들은 이런 의혹을 살 만큼 의도적이거나 편향적이라는 비판을 받아온 게 사실이다.

현재 언론 개혁의 가장 큰 핵심은 권력으로부터의 독립이다. 이런 관점에서 공영 언론사들은 최대의 지분을 갖고 있는 정부의 요구에 과연 독립적이었는지, 정치권력에 대한 공정한 감시와 비판을 하고 있다고 자신할 수 있는지 되돌아봐야 할 것이다. 한나라당의 주장에 정략적인 측면이 없는 것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차제에 야당이 제기한 개혁 요구를 뼈아픈 자기 점검의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그간의 보도와 편성에 문제는 없었는지, 외압 의혹이 왜 일어나고 있는지 되짚어보고 공영 매체의 자율성 확보를 위한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