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자 29명 중국 한국학교 진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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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린이 2명을 포함한 탈북자 29명이 22일 베이징 한국 국제학교에 들어가기 위해 학교 앞 공터를 지나고 있다. [베이징=연합]

어린이 두 명이 포함된 탈북자 29명이 22일 오전 9시(한국시간 오전 10시)쯤 중국 베이징(北京)에 있는 한국 국제학교에 진입해 한국행을 요청했다. 탈북자가 한국 국제학교에 들어오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여성 23명과 남성 6명으로 구성된 이들은 이날 베이징 외곽 창핑(昌平)구의 한국 국제학교 뒷문을 통해 학교 부지로 들어왔다. 학교 진입에 성공한 이들은 곧바로 5층짜리 본관 건물 1층 교장실에 들어가 교직원들에게 탈북자라고 신원을 밝혔으며 한국행과 함께 신변 보호를 요청했다. 한국 국제학교는 경비나 건물의 보안시설 등이 허술하다.

주중 한국대사관은 이들의 학교 진입 사실을 전해들은 뒤 중국 외교부에 공안당국이 이들을 강제 연행하지 말도록 조치를 취해줄 것을 요청했다. 외국인 학교는 대사관이나 영사관처럼 치외법권 지역이 아니기 때문이다.

한국대사관은 탈북자들의 신변 보호와 향후 처리 문제 등에 대해 중국 외교부 관계자와 교섭에 들어갔다. 탈북자들은 중국과 협의를 거쳐 한국대사관 영사부 건물에 수용된 뒤 개별 심사를 거쳐 제3국행에 이은 한국행의 절차를 밟을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한국대사관의 한 관계자는 "한국 국제학교에 진입한 탈북자들에 대해서는 중국 당국이 상당한 시간을 두고 검토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베이징=유광종 특파원

[뉴스분석]

경비 허술한 민간시설 진입은 처음
중국 당국, 탈북피난처 될까 고심

베이징 내 외국 대사관에 이어 외국인 민간시설에 잇따라 탈북자들이 진입하는 데 대한 중국 당국의 고민이 적지 않다. 중국 당국은 국제적 이미지 손상을 우려해 탈북자들을 강제 연행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민간시설에 지속적으로 몰려드는 탈북자들을 계속 한국으로 보내기도 마땅찮다. 이들 시설이 탈북자들의 피난처가 될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북한과의 관계 악화와 외국 시설들에 대한 안전도 문제다. 따라서 중국 당국은 이번 사태 처리에 신중할 것이라는 게 한국 대사관의 판단이다.

한편 탈북자의 한국 학교 진입은 지난 15일 20명(한국대사관 영사부 건물), 지난달 44명(캐나다대사관), 지난달 1일 24명(일본인 학교)에 뒤이은 것으로 그 숫자가 적지 않다는 점에서 대량 탈북 조짐이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미국 인권법안의 의회 통과 이후 조직적인 대량 탈북이 시도될 것으로 예상돼 왔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는 "탈북자를 지원하는 비정부 기구와 이들의 한국행을 통해 돈을 벌어들이려는 브로커가 한데 섞여 중국에 체류하는 탈북자들의 시설 진입을 부추기는 일시적 현상일 수도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베이징 창핑구 취난(渠南)촌에 있는 한국 학교에는 556명의 초.중.고생이 재학 중이다. 내년에 한국인 집단 거주지 왕징(望京)에 짓고 있는 새 교사가 완공되면 옮겨 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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