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제주 북촌초등교 4·3사건 피해자 졸업장 받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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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제주 4.3사건으로 학교가 문을 닫아 졸업장을 받지 못한 한 마을 주민들이 50여년만에 명예졸업장을 받는다.

제주도 북제주군 조천읍 북촌초등학교(교장 강석연)는 15일 열리는 이 학교 졸업식에서 4.3사건 당시 이 학교 재학생 가운데 이미 고인이 된 67명을 포함, 2백15명을 찾아내 명예졸업장을 수여한다.

1943년 조천동공립국민학교로 개교, 45년 북촌공립국민학교로 개명했던 북촌교가 문을 닫은 것은 49년 2월. 조천읍 북촌리가 48년 제주에서 벌어진 4.3사건때 무장대의 거점으로 지목돼 토벌대에 의해 다수의 주민들이 희생되고 마을이 황폐화되면서 학교도 문을 닫았다.

당시 재학생가운데 60여명은 부근 함덕초등학교로 전학해 졸업했지만 대다수 북촌초등교 학생들은 생활고 등으로 학업을 중단했다. 현재도 60대 북촌주민들의 학력은 '국퇴' 가 대다수다.

북촌교는 52년 재개교, 54년 1회 졸업생을 배출했지만 이전 5년간의 학교역사는 물론 졸업생 명부도 확인할 길이 없었다.

북촌초등학교와 이 학교 동문회는 오는 2003년 '북촌초등학교 60년사' 발간을 앞두고 3년여 전부터 지역주민들로부터 학교의 옛자료를 모으고 주민증언을 청취하는등 작업을 벌여왔다.

이 마을 출신의 북촌교 교사 황요범(黃堯範.53)씨는 "마을 어르신등과 함께 과거의 재학생을 수소문하고 기록을 뒤지는 작업을 벌였다" 면서 "고인이 된 분들외에 현재 북촌마을에 거주하는 1백여명을 제외한 40여명이 다른 지방에서 살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고 말했다.

명예졸업장을 받는 주민중 한 사람인 장윤승(張胤昇.69)씨는 "50년이 넘은 후에야 졸업장을 받게 돼 감회가 새롭다" 고 말했다.

제주=양성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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