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 "감세안 소급 적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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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2면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은 5일(현지시간) 소득세율 인하 및 소득세제 간소화와 상속세 폐지를 통해 앞으로 10년간 1조6천억달러의 세금을 경감하겠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세제 개편안을 발표했다.

부시 행정부는 경기둔화세를 차단하기 위해 이같은 감세안을 올 1월 1일부터 소급 적용한다는 방침도 정했다. 감세안은 8일 의회에 공식 제출될 예정이다.

◇ 소득세제 대폭 간소화〓개편의 두개 축은 세율체계 간소화와 세율인하다.

부시는 우선 현행 5단계인 누진 소득세율을 4단계로 간소화할 것을 제의했다. 이와 함께 최저.최고 소득세율도 낮춰 모든 납세자가 감세 혜택을 보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 안에 따르면 최저 소득세율은 현행 15%에서 10%로, 최고 소득세율은 39.6%에서 33%로 낮아진다.

그러나 민주당은 이 개편안이 부유층을 위한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에 따라 최고세율 인하폭이 낮아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런 가운데 부시 대통령은 홍보캠페인을 위해 연소득이 4만달러(약 5천만원)인 4인 가족을 이날 백악관 기자회견장으로 초청했다.

부시는 이 가족이 새 세율을 적용받을 경우 연간 1천6백달러의 세금이 줄어들게 된다며 중.하위 계층도 세금경감 효과를 많이 보게 된다고 강조했다.

◇ 감세 올해부터 소급 적용〓당초 내년부터 시행할 예정이었던 감세조치를 올해부터 소급 적용키로 한 것은 둔화속도가 빨라지고 있는 미 경기를 조기에 활성화하기 위해서다.

부시는 소급 적용이 실현될 경우 차량 2대를 소유한 가정의 1년치 휘발유값 정도의 혜택이 돌아간다고 설명했다. 소급 적용에 따른 실질적인 혜택은 내년 4월 15일 소득세 확정신고 때 돌아가게 된다. 달라진 세율을 적용해 올해 낸 세금을 그 때 정산해 돌려받는다는 얘기다.

◇ 상속세 폐지 방침〓사망세(death tax)로 불리며 미 부유층들의 공격을 받아온 상속세의 폐지를 놓고 뜨거운 논쟁이 예상된다. 부시는 이번 감세안에서 단계적으로 상속세를 경감한 뒤 2010년에 최종 폐지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1916년 제정된 이후 수도 없는 논쟁을 거친 상속세법은 현재 최고세율이 55%(우리나라는 50%)다.

이번에 상속세 폐지를 들고 나온 것은 상위 납세자의 1.6%가 전체 징세액의 40%를 납부하는 현실을 개선하자는 취지다.

부시측은 특히 상속세가 이중과세일 뿐 아니라 근로의욕을 저하시키고 있다는 논리를 앞세우고 있다.

그러나 민주당을 비롯한 상속세 폐지 반대론자들은 극소수에 불과한 고액납세자를 위해 10년간 1천50억달러의 막대한 세수 감소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더구나 면세점이 1백35만달러에 달해 현행 체계로도 중.저소득층의 재산 상속에는 부담을 주지 않는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김동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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