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회창총재 연설 뒷얘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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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이회창 총재는 6일 아침까지 연설문을 다듬었다. 몇가지 사안 때문이다.

국가보안법 개정 문제가 막판까지 갔다. 당초 연설문엔 언급이 없다가 총재단회의 직전 '지금은 개정할 상황이 아니다' 란 구절이 들어갔고 회의 직후 '지금' 이란 대목은 '북한의 진정한 변화가 확인되지 않은 시점' 으로 바뀌었다.

李총재 측근은 "보안법 개정이 시기상조란 李총재 입장엔 변화가 없다" 며 "그러나 여권이 개정시기를 늦춘 점과 당내 일부 소장파들의 개정여론을 감안, 발언수위를 조절했다" 고 설명했다.

연설문 작성은 최병렬(崔秉烈)부총재가 주도했다.

崔부총재는 맹형규(孟亨奎).권철현(權哲賢).윤여준(尹汝雋).고흥길(高興吉).이한구(李漢久).이원창(李元昌)의원, 유승민(劉承旼)여의도연구소장과 함께 세차례 회의를 했다.

한 회의 참석자는 "李총재는 수시로 밑그림을 제시했고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서울 답방▶언론사 세무조사에 많은 신경을 썼다" 고 전했다.

그는 "金위원장이 서울에서 이른바 '광폭정치' 라는 유연한 자세를 펼쳐 여론 분위기를 실속없이 들뜨게 할 가능성을 李총재는 주목하고 있다. 탄력이 있으면서도 경계하는 메시지를 던질 것을 주문했다" 고 말했다.

그 결과 '서울 답방엔 반대하지 않는다' 면서도 '6.25와 테러에 대한 金위원장의 의사표시가 있어야 한다' (1월 16일 연두회견)는 그간 입장에서 한발 더 나아가 그 시기를 답방 때로 못박았다.

언론사 세무조사에 대해 한 당직자는 "언론이 여러 부담을 갖고 있다는 판단을 李총재는 하고 있다. 차기 대선 때까지 그런 양상이 계속될까 걱정" 이라고 설명했다.

고정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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