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언론 세무조사 배경 설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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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안정남(安正男)국세청장이 5일 국회 재경위에 나왔다.

그는 이날 국세청의 언론사 세무조사를 놓고 여야간에 벌어진 '언론 길들이기' 공방의 한복판에 섰다.

安청장은 일문일답에서 한나라당 의원들의 공세에 시종 꼿꼿이 맞섰다.

그는 "세무조사는 어디서 시킨다고 하고, 하지 말라고 해서 안 할 수 없는 것" 이라며 "제 판단에 따라 (세무조사를)한다" 고 소신을 폈다.

또 "청와대 지시를 받은 것 아니냐" (한나라당 安澤秀의원)는 추궁에도 安청장은 "(국세청장에게)취임 후 단 한번도 대통령이 어느 기업을 어떻게 하라는 지시가 없었다" 고 잘랐다.

◇ "하청조사 아니냐" =한나라당 의원들은 "청와대와 문화관광부의 지시에 따른 정치적 하청 세무조사" 라며 安청장을 몰아세웠다.

▶안택수 의원=청장이 자율적 판단에 따른 조사라고 강변하는데 천만의 말씀이다. 김대중(金大中)정권은 야당을 말살하기 위해 안기부 자금 지원을 터뜨리고 곧이어 언론 장악을 위해 세무조사라는 철퇴를 가한 것이다.

▶안정남 청장=전혀 사실이 아니다. 국세청 본연의 업무다. 조사를 해야 한다는 생각에 변함이 없다.

▶손학규(孫鶴圭)의원=지난 1월 30일 세무관서장 회의에서 청장이 "기업활동에 대한 정기 세무조사를 최대한 자제하라" 고 지시했는데 이번 조사는 그런 방침에 역행하는 것 아니냐.

▶安청장=당시 지시 뒷부분에 장기 미조사 법인이나 시효가 임박한 법인에 대해서는 조사하라고 지시했다.

▶孫의원=세무조사 기간인 5년 동안 15% 기업만 조사를 받았다. 그런데 어떻게 언론사는 일제 조사를 하나. 형평성에 맞지 않는 것 아니냐.

▶安청장=특정 언론사만 조사하면 또 무슨 소리가 안 나오겠나. 형평성 때문에 그렇게 됐다.

▶나오연(羅午淵)의원=결국 정권 차원의 언론 길들이기가 아니냐. 탈세 의혹도 없이 하는 조사 아니냐.

▶安청장=우리가 한 전산 분석에 탈루 혐의가 있다.

◇ "타당하고 적절한 국세청 본연의 업무다" =반면 민주당 의원들은 "기업들에 대한 당연한 세무조사며 국세청의 본연 업무" 라고 주장했다.

강운태(姜雲太)의원은 "기자들도 '언론사에 대해 조사를 해, 좀더 투명한 경영이 돼야 한다' 는 지적을 한다" 며 "오히려 언론사가 자청해서라도 세무조사를 받아야 한다" 고 주장했다.

김기재(金杞載)의원은 "국민적 의혹을 불식하기 위해 조사 결과를 국민에게 공개해야 한다" 고 했다.

김태식(金台植)의원은 "아무리 내용이 순수해도 정치적 오해를 받을 수 있다" 며 "조사의 초점은 이런 의혹을 푸는 데 맞춰져야 한다" 고 지적했다.

이수호.서승욱 기자

사진=최승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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